칼럼위원 윤병운

윤병운 거제시 농업경영인 연합회장
바람이 차다. 가을의 정취를 채 느끼기도 전에 겨울채비를 해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이 든다.

세상이 정신없이 바삐 돌아가다 보니 자연마저도 우리네 안쓰러운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옆에서 지켜주느라 분주해진 걸까?

이리저리 허둥대며 살다보니 그저 바꿔 입는 옷을 보며 계절을 헤아리고 사는데 다가오는 겨울은 새삼스레 마음이 짠하다.

며칠 전 군에 있는 아들한테 내의를 보낸다고 인터넷을 뒤지는 아내에게 다들 가는 군대에 사제 내의를 뭐 하러 보내냐며 큰소리를 냈지만 전방의 혹독한 추위를 몸소 겪어 본지라 녀석이 맞이할 강원도의 겨울이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묵묵히 시간을 죽이며 듣고 있다가 "당신은?!"이라며 반격의 물꼬를 트는 아내를 피해 마당으로 나가 버릇처럼 담배를 태우며 못난 아비의 애도 태워 본다.

"당신은?!" 내가 듣는 최고의 '촌철살인'이다.

아이는 아비의 무게에 짓눌려 입에 담지 못해서이지 자라면서 수 없이 가슴에 담았을 말이 아니었을까?

수 없는 '바담 풍'을 외치면서 아이에게 '바람 풍'하지 못한다고 야단치고 속상해 하던 시간들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지금에라도 이 아비의 작은 뉘우침이 아이에게 용서가 되고 아이에겐 되풀이되지 않는 아비의 역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간디의 행적을 더듬어 보면 실천했던 많은 일들이 아주 작고 소박한 것이었으나 그가 위인으로 칭송되는 것은 몸소 행하는 그 고결함에 있지 않겠는가?

잘 알려진 간디의 사탕 이야기를 되새기며 아직 어정쩡하게 손에 쥐고 있는 사탕을 놓지 못한 '바담 풍 아비'의 부끄러움을 고백하면서 아들의 추운 겨울에 아비가 내미는 따뜻한 손이 되었으면 한다.

- 어느 날 한 아주머니가 간디의 오두막을 찾아 왔습니다. "이 아이의 사탕 먹는 버릇을 아무도 고쳐 주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단것을 너무 좋아해서 건강을 해칠까 두렵습니다. 평소에 선생님을 존경하니까 선생님 말씀이라면 들을 겁니다. 사탕을 먹지 말라고 좀 타일러 주십시오." 아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가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아이의 눈을 그윽이 들여다보며 입을 뗄 듯 하던 간디가 어머니에게 돌아서 말했다. "보름 후에 데리고 오세요. 그때 말해 주겠습니다."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에도 보름 후에 다시 오라고 돌려보낸 간디는 약속대로 보름 후에 다시 찾아 온 아이에게 조용히 타일렀습니다.

"얘야, 단것을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사탕을 먹지 말거라." 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뻐하고 고마워하며 어머니가 물었다. 왜 그 말씀을 보름 전에는 해 주실 수 없었느냐고. 간디가 대답했다. "그때는 저도 사탕을 먹고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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