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일 자유기고가

퇴근을 하고 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막내가 열이 난다며 밥을 먹질 않는다.

늦은 시간이라  B병원 응급실로 올라가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날 같은 증상이 반복되어 하루를 더 통원치료를 받다가 아예 입원을 하게 되었다.

입원한지 3일이 지난 이른 아침 간병하던 아내로부터 다급히 전화가 왔다. 담당의사가 열을 잡지 못하겠다며 큰 병원을 알아보라 한단다.

머리를 스치는 온갖 상황들을 걱정하며 아이를 차에 태워 양산시 부산대학병원 어린이 병동으로 올라가니 뇌수막염 진단이 나왔다. 곧바로 입원을 시켰고 다행히 4일 만에 퇴원했다.

아내 대신 시작된 간병기간 퇴근시간이면 친구들이 찾아와 고마운 시간들을 함께 해 준 것도 거가대로가 있었으니 가능했던 것이고 보면 그때만큼은 통행로 1만원이 전혀 비싸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조선소에 다니는 지인을 만나니 요즘은 회식을 종종 부산에서 한다고 한다. 한명이 당번을 정해 술을 먹지 않거나 아예 부산에서 차량을 보내주기도 한단다.

가격도 저렴하고 월등한 서비스에 만족감도 클 뿐 아니라 밤 11시면 어두워지는 거제와 달리 부산은 시간의 구애를 전혀 받지 않는 대도시의 밤 문화까지 즐길 수 있다고 들려준다. 식당운영이 힘들다며 걱정하던 어느 사장님의 한숨이 생각나 씁쓸함이 밀려오지만 이 또한 거가대로가 생김으로써 일어난 변화 중 하나이다.

부산지역 백화점들의 소위 명품판매장에 거제 지역 20∼30대 여성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어느 백화점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50%까지 늘었다고 하니 다들 조선소에서 땀 흘려 번 돈 부산 가서 많이들 쓰고 오는 모양이다.

세계최고 조선도시로서 노동자 평균임금 경남 1위의 소득이 지역의 집값 땅값 임금 물가만 올려놓고 그 과실들은 거가대로를 통해 남의 집 잔치에만 쓰이는 상황 또한 거가대로가 만들어내고 있는 불편한 현상이다.

잘못된 MRG(최소운영수익보장율)나 부풀려진 공사비, 부실시공, 과대 계상된 통행로 등에 대한 무능력한 경남도의 행정력을 확인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이미 거가대로의 개통으로 인한 영향은 우리들 일상에 깊숙하고 실제적인 변화들을 일으키고 있다.

누구에게는 긍정적이고 누구에겐 부정적인 이 논제들의 핵심은 결국 다리 건너에 있는 350만 거대 도시의 구매력 활용과 판매력에 대한 대응이 아니겠는가. 하루빨리 이것에 대한 고민과 구체적인 대응책들이 거제시 내부에서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거가대로 개통으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변화들은 우리에겐 생존의 문제이고 이로 인한 번영과 쇠퇴 또한 우리가 선택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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