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운 칼럼위원

윤병운 거제시 농업경영인 연합회장
aT(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이 사임했다. aT는 지금도 농·어업인에게는 땀 흘린 보람을,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만족을, 국민여러분에게는 무한한 신뢰와 행복을 주장한다.

남해군수를 하다가 국회의원 할 거라고 임기 중에 사임했다가 여론에 밀려 출마도 못하더니 어느 날 산림청장에 임명되더니 얼마 후 농수산식품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기고 또 얼마 후 aT사장자리에 등극한다.

갈 길이 얼마나 바쁜 건지 이번엔 1년도 채 못 채우고 사임한 걸 보면 이제 어느 자리로 옮길 건지 사뭇 기대(?)되고 어떤 도깨비 방망이를 들었기에 이렇게 변화무쌍하게 변신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번에도 또 여의도 쪽인가? 그쪽은 화려한 변신보다는 잔잔한 감동이 필요할 텐데.

작년에는 배추가 요동치더니 올해는 고추대란이다. 이는 곧 김장대란을 예고하고 있는데  흙은 2등을 하려고 하면 2등을 주지만 1등을 하려하면 꼴찌를 주기도 한다.

농사를 지을 때는 욕심 부리지 말라는 얘기다. 재배하기에 가장 까다로운 작물 중에 하나가 고추농사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약 없이는 키울 수 없고 농약통을 지고 살아야 한다고들 한다. 이런 판국에서 올봄 고추농사를 친환경으로 재배하고자하는 한 선배님의 열정과 소신이 무척 존경스러웠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화학비료와 농약이 보급된 것이 얼마나 되었는지. 불과 30~40년 전이다. 그럼 그 이전에 우리 조상들은 고추농사를 어떻게 지었을까, 전수되지 못한 많은 친환경적인 농업기술이 존재하지는 않았을까.

예를 들자면 농촌 들녘에는 어디를 가나 버드나무가 있었다. 알고 싶었는지, 모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버드나무는 무당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고 겨울철 월동이 가능하다.

이듬해 여름에 논에서 발생하는 해충을 잡아먹는다. 과장된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농약 안치고 멸구를 방제하는 고도의 친환경 논농사 기술이 아니겠는가.

70년대 도로 확포장 공사를 하면서 버드나무를 베어내기 이전까지 말이다. 또 어떤 이는 고추밭 주변에 들깨를 심어서 들깻잎의 특유한 향 때문에 병해충이 예방된다고도 한다.

어쨌거나 우리나라 고유의 농사기술이 원만하게 전수되지 못한 데는 조선말 이후의 어수선한 시대적 영향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본다.

농업기술이 제대로 전수되지 못했다고 일본에다 대고 피해보상 청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현재의 우리 젊은 농군들이 다시 찾아내야하는 시대적 사명일 것이다. 수입농산물에 대항하는 길은 안전한 고품질 농산물이니 말이다.

어쨌거나 친환경 고추농사를 함께 연구하면서 필자가 깨달은 것은 밸런스였다.

땅을 위해서 퇴비를 넣는 것이 아니라 작물을 위해서 넣는 것이기 때문에 작물이 필요로 하는 만큼만 넣어야 한다는 것, 1등 하기 위해서 의욕만 앞서는 것 보다는 2등을 하더라도 튼튼한 기초를 닦아야 한다는 것 말이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열정과 절제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