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철 옥포아파트 변전실 전기기사

“태풍 매미 땐 한마디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4일 동안 밤샘 근무를 하며 자체 발전기를 가동시키고 아파트 정리에 나섰지요.”

지난 2001년 8월부터 (주)웰리브 산하 옥포아파트 변전실에 전기기사로 근무하고 있는 추정철씨(33·신현읍 고현리).

2003년 9월, 한반도 남부지역을 강타한 태풍 매미로 거제전역이 암흑 속에 빠져있을 무렵 추씨는 옥포아파트 변전실의 자체 발전기와 씨름하고 있었다. 자체 발전기의 특성상 한시라도 눈길을 뗄 수가 없었기 때문.

추씨는 낮에는 태풍으로 부서진 아파트 베란다와 유리창, 가로수, 차량 등을 주민들과 함께 치우고 밤에는 자체 발전기를 가동하며 4일 동안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전기가 들어오는 호텔 객실이 만원사례를 이루는 것을 보며 힘든 가운데서도 보람을 느꼈다는 그는 전기를 만지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전기의 소중함을 그때만큼 절실히 느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내국인이 함께 살고 있는 옥포아파트와 대우조선해양 기숙사, 애드미럴 호텔, 옥포 국제학교 등 약 4백 세대에 공급되는 전기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대학 때 금속학을 전공했다.

추씨가 처음 전기를 접한 것은 대우조선해양 훈련소에 들어가면서부터. 적성에 맞았는지 배움이 즐거웠다는 그는 훈련소를 졸업한 뒤 곧바로 옥포아파트 변전실에 입사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 그도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1주일을 주기로 주·야간 근무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들과의 만남은 그에게 더 많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전기 고장 신고가 접수돼 아파트에 들어가면 외국인들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많은 고생을 했다. 몸짓과 발짓, 콩글리쉬를 총 동원해 설명을 했지만 답답하기는 외국인이나 그나 매 한가지 였다.

“처음 외국인 고객들과 만났을 땐 정말 앞이 깜깜했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왠지 주눅이 들어 굳은 표정으로 작업만 열심히 했죠.”

입사한지 6년 동안 열심히 영어회화공부를 해 지금은 어느 정도 말이 통할 수준에 도달했다는 추씨는 인터뷰 도중에도 그를 알아보는 외국인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그는 외국인들과 대화를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뛰어난 영어실력이 아니라 적극적인 부딪힘이라고 강조했다. 부족한 영어실력이지만 외국인들을 만날 때마다 과감히 말을 건 낸 것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 같다고 고백했다.

전기 작업을 하며 힘들고 어려울 때 주민들이 시원한 물 한 잔을 대접하며 “고맙다”는 말을 전할 때 보람을 느낀다는 추씨는 오는 5월 결혼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한 부푼 꿈에 젖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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