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위원 윤병운

윤병운 거제시 농업경영인 연합회장
옛날 백중이라는 목동이 살았다. 하루는 그가 바닷가에서 말과 소를 먹이고 있는데 하늘에서 옥황상제가 내려왔다. 웬일인가 싶어 가만히 보고 있자니까 옥황상제는 바다를 향하여 '거북아'하고 불렀다. 잠시 후 거북이 바다 위로 떠올랐다.

백중은 한층 더 호기심이 생겨 가까이 숨어 엿듣기로 하였다. "거북아, 오늘밤 석 자 다섯 치의 비를 내리게 하고 풍우대작케 하여라"는 말을 남기고 옥황상제는 하늘로 올라갔다.

백중이 생각하여 보니 큰일이다.  석 자 다섯 치의 폭풍이 내리면 홍수는 물론이고 가축과 곡식이 성할 리가 없다. 그는 언덕에 올라가 옥황상제의 목소리를 흉내 내 거북을 불러내었다. "아까는 깜빡 잊어서 말을 잘못했다. 비는 다섯 치만 내리게 하고 바람은 불지 않게 하라" 거북은 알았다는 듯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 날 저녁에 비는 백중의 말대로 내리고 바람은 불지 않았다. 그는 옥황상제의 벌을 받느니 스스로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고 말았다. 이러한 백중의 지혜와 용기 때문에 그 해는 대풍작이었다. 농민들은 한결같이 그가 죽은 날이면 제사를 지내어 그의 혼을 위로하기로 했다. 이 백중이 죽은 날이 바로 음력 7월14일이므로 이 날을 백중일이라고 한다. 이 제주도의 백중은 농신(農神)이라 볼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백중은 원래 우리나라 고대의 농신제(農神祭)였던 것이 삼국시대 이후 불교의 영향으로 그 원래의 민속적 의의를 상실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후 고려시대까지 불교행사에 묻혀 오던 것이 조선후기에 들어서고 나서 농경사회의 발전과 함께 우리의 세시풍속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어쨌거나 음력 7월15일은 백중 또는 백종, 망혼일, 호미씻기, 호미걸이 날 등으로 불리는데 이 무렵에 갖가지 과일과 채소가 많아 백가지 곡식의 씨앗을 갖추어 놓았다고 하여 백종일이라고도 하고 돌아가신 조상의 혼을 위로하기 위하여 음식, 과일, 술을 차려놓고 천신을 하였으므로 망혼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고 머슴이 있는 집에서는 이 날 하루를 쉬게 하였으므로 호미걸이날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백중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성대한 명절이었다. 절기도 1년 24절기의 한 가운데 절기로서 더 이상 풀이 자라지 않는 시기이다.

어쨌거나 토호나 지주들이 소작인이나 머슴들이 마음껏 먹고 하루를 편히 쉬게 하고 내년의 풍년 농사도 함께 기원하는 그런 상생의 날이었다.

이 백중날이 진정한 농업인의 날로 승화되기를 기원한다. 다행히도 거제친환경농업연구회라는 단체에서 출범식과 함께 백중제를 준비한다고 하니 각 유관단체에서 관심과 격려를 함께 부탁해 본다.

지주와 임차농이 상생하고 농민과 소비자가 상생하고 농업과 자연이 공존하는 그런 상생의 날로 고유 명절인 백중날이 자리매김 되었으면 한다.

태양과 달과 지구가 일직선상에서 가장 가까이 만나는 날, 그래서 해수면도 가장 높아지는 시기에 우리 농업인의 사기도 함께 북돋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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