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거제중앙고 교사/칼럼위원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너그러워지고 인자해지고 지혜로워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런 말에 부합하면서 나이가 드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더 고집이 세어지고 앞뒤가 막히고 자존심을 내세우며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후덕하여지고 지혜로워져 젊은이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주고 포용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젊은이들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경험을 강조하면서 마치 자기의 행동과 생각이 모두 옳은 것처럼 여기고 아집으로 똘똘 뭉쳐서 남의 말을 경청하기를 거부하는 노인들을 주변에서 흔히 본다.

그들을 볼 때마다 나는 고령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심히 걱정이 된다. 아랫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보다는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고, 나이를 들먹여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자기중심적인 소아적 노인이 판치는 사회는 그야말로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반면, 성숙한 어른이 많은 사회는 남을 배려하고 지혜와 인자가 넘치는 사회로 점점 정치적 경제적으로 성숙해질 것이며, 나이 드는 것이 불편하고 거부하고 싶은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면류관과 같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는 일이 될 것이다.

작년 언젠가 조선일보에 100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님이 쓴 '노인과 어른의 차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글을 읽고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노인과 어른은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른은 노인일 수 있지만 노인은 어른이 아니다.

노인은 자기 자신만 아는 사람이고 주위 모든 사람들이 자기 한사람 중심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 주변의 사람들은 고통을 받고 결과적으로 노인은 고독한 외톨이가 된다. 반면에 어른은 나이가 들수록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다. 타인을 위해 그늘이 되어주고, 어른은 나이 들어 병석에 누워있어도 만나는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이든 사람들도 마음을 열고 젊은 사람들을 대하고, 그들 문화를 이해하며 나도 언제든 틀릴 수 있고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으며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기억하자.

나와 맞지 않으면 화를 내고, 내 생각과 다르면 나이를 들먹이며 윽박지르는 그런 옹졸한 노인은 되지 말자. 젊은이들은 당연히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살아온 연수(年數)가 다르고 영향을 받아온 문화가 다른데 나와 생각이 같은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지 않겠는가.

내가 상식이고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땅바닥에 나뒹굴 수 있다. 나의 말이 무시되고 어느 순간 직장과 집에서 퇴물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럴 때, '감히, 어른에게 싸가지 없이......' 로 시작되는 말로 젊은이들을 억누르지 말자.

오늘 나는 생각한다. 내가 앞으로 수년 후에 맞이하게 될 나의 노후를 억압적인 노인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성숙한 어른으로 살 것인지.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