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포교회 목사 허 정 강

아카시아 꽃이 피는 5월에는 새벽에 기도하러 가는 길이 즐겁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아카시아 나무에서 풍겨오는 꽃향기가 신선한 새벽공기와 함께 나를 즐겁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 향기를 맡으며, 나는 어떤 인격의 향기를 발하고 있는지를 겸허하게 돌아보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세상에 있는 향기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람의 인격에서 나오는 향기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무리 값비싼 향유를 몸에 바른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의 인격이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도리어 그 향기가 곁에 있는 사람들의 눈살을 지푸리게 하기 때문이지요. 그의 내면의 아름다움과 인격적인 따뜻함이 있는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향기를 간직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해인 수녀의 <꽃이 지고나면 잎이 보이듯이>라는 산문집에 이런 내용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분은 2008년 여름부터 암 투병을 시작하셨지요. 그런데 이분은 자신의 암 투병과정을 스스로 <명랑투병>이라고 이름하고 있더군요. 설명 불가능한 것이라고 하는 암환자의 고통이라는데, 스스로 명랑투병이라고 이름붙인 것은 행복한 순례자가 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자신은 마음속에 잔잔한 기쁨과 환희가 물안개처럼 피어올라 전보다 더 웃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비결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첫째, 하나님께 무엇을 달라는 청원기도보다는 감사기도를 더 많이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감사할 일들이 더 많아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늘 당연하게 여기던 일들을 기적처럼 놀라워하며 감탄하는 연습을 자주한다는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신발을 신는 것도, 떠오르는 태양을 다시 보는 것도,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것도 큰 감동이 되더라고 고백합니다.

셋째, 자신의 실수나 약점을 너무 부끄러워하지 말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여유를 가지도록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속상하고 화나는 일이 있을 때는 흥분하기 보다는 '모든 것이 다 지나간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어질고 순한 마음을 지니려고 애쓴다는 것입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마음을 가꾸면 어둡던 마음에도 밝고 환한 평화가 찾아오더라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인들에게 향기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리스도의 향기, 생명의 향기를 드러내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이라고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구원 받은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고린도후서 2:15)
 

오늘도 난 내가 풍기는 향기로 인해 누군가의 인생길이 행복해지고 풍성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인격의 향기를 간직하기 위해 오늘도 구도자의 삶을 살아가며, 내 속사람을 강건하게 하는 일에 더욱 힘써야 함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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