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의 원고지로 보는 세상 <175>

비 오는 어느 날, 할머니 한분이 가구점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가구점 주인이 "할머니, 가구 사러 오셨습니까?" 하고 묻자 할머니는 "아닙니다. 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인은 "그러시다면 들어오셔서 기다리십시오." 가구점 주인은 가구를 팔아줄 사람도 아닌 할머니를 안으로 모시고 들어와 따뜻한 차를 드리며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며칠 후 가구점 주인은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 편지는 당시 세계 최고의 부자인 철강왕 카네기가 보낸 것으로 자기 회사에 수만 달러치의 가구를 구입해야 하는데 우리 어머니께서 그 가구점을 추천해 주었다는 것이다. 카네기의 어머니는 바로 비 오는 날 가구점 주인이 친절하게 대해준 그 할머니였다.
 

미국 시보레 자동차 대리점의 세일즈맨으로서 12년 동안 총 1만3,001대라는 경이적인 판매기록으로 연간 1억 5,000만 달러를 벌인 미국 최고의 자동차 판매왕 죠 지라드(Joe Girard)의 '250명 법칙'이 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때 평균 250명이 참여한다는 통계적 수치를 발견하고, 한사람의 고객을 얻는다는 것은 250명의 간접고객을 확보하는 일이고, 한사람에게 신용을 잃으면 250명에게 나쁜 평판의 파급효과가 미치게 된다는 것을 역설했다.
 

사람은 누구나 250명 정도의 사회적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마침 얼마 전 이 글을 쓰게 해준 좋은 사례가 있었다.
 

내 애마(愛馬)가 낡은 탓에 과속방지턱을 넘다가 하체의 어느 부분이 파손되었다. 늘 찾는 수월영업소에 갔더니 여기는 용접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으니 가까운 A정비공장으로 가라며 친절하게 그 곳에 전화까지 해 주었다.
 

그런데 막상 A정비공장에 갔더니 큰돈 안되는 수리가 귀찮다는 투로 차를 쳐다보지도 않고 '해남정비'로 가란다. 몹시 마음이 상했지만 너덜거리는 차를 끌고 가 해남정비에 맡겼다. 오후에 들렀더니 수리 뿐 아니라 바퀴교열까지 서비스로 봐 놓았다니 참 고마웠다.

참고로 A정비공장이나 해남 모두 나는 잘 모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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