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치돈 칼럼위원

역사적인 거가대교가 개통되고 난 후 우리 거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포로수용소와 YS생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방문객 숫자가 급증하였다.

거제도 하면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곳으로 외도, 학동, 해금강, 여차, 구조라, 와현, 계룡산, 망산, 노자산, 산방산, 앵산, 대금산, 능포 양지암 공원길 등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움이 넘쳐나는 곳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이렇게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은 거제에서 왜 포로수용소와 YS생가에 유독 방문객이 급증하였을까? (물론 위에서 열거한 관광명소에도 방문객이 증가하였겠지만 그 증가의 정도가 다를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사람은 자연보다 사람에 더 많은 관심과 유혹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라고 본다. 즉 인간은 인간이 살아온 자취 곧 역사를 알고 싶어 하고 역사의 현장을 가보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현대 민주주의 투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YS와 현대사의 비극인 한국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포로수용소는 거제를 방문한 사람에게 한번쯤은 들러 무엇인가를 느끼고 되새기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임에 틀림없다.

역사는 아름다운 것과 추악한 것, 간직하고 싶은 것과 버리고 싶은 것, 용서해야 하는 것과 반드시 단죄해야 하는 것이 혼재돼 있는데 올바른 역사관은 용서해야 하는 것을 용서할 줄 알고 단죄해야 하는 것을 단죄할 줄 알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무엇을 용서하고 단죄할 것인지는 사회 구성원의 공감대적 합의가 필요한데 이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이 발생한다.

지금 이 시대 우리 사회구성원의 최소한의 공감대적 합의 사항이 친일의 행적을 지닌 인물에 대해서 그들을 어떻게 단죄하여 역사의 교훈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방법에까지 이르지는 못하였다할지라도 그들의 친일 행적을 밝히고 그들이 다른 이유로 공적으로 추앙받거나 기념이 되는 일은 없어야 된다는 것에는 이르렀다고 보여진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포로수용소 내에 세워진 김백일 동상은 이해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싫은 일로 우리 거제를 아름답지 못하게 하고 있다.

김백일이 흥남철수 작전에 기여한 바가 있다는 사실로 만주국이 동북항일연군ㆍ팔로군 등 항일 조직을 공격하기 위해 조선인 중심의 무장조직인 간도 특설대에서 활동한 사실은 무시한 체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이라는 공공장소내에 김백일의 동상을 세워 기념한다는 것은 우리의 올바른 역사관을 혼동에 빠지게 하는 행동이다.

만약 독일인들이 히틀러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령병으로 참전하여 철십자가 훈장을 2번 받은 사실로 유태인을 학살한 사실은 무시한 체 제1차 세계대전 관련 유적지에 공적으로 히틀러의 동상을 세워 기념한다면 우리는 정당하다고 생각할까?

결국 한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그가 한 행동의 단편만을 볼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공과를 가려야 하지만 공공장소에 동상을 세워 기념을 할 정도의 위대한 인물인지를 결정해야 할 때는 철저하고 엄중한 역사적 검증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김백일을 존경하여 그의 동상을 자기 집에 세워두는 것까지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우리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역사의 현장에 분단의 원인이 되었던 일제강점기에 친일행적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백일의 동상은 즉각 철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혹시 김백일이 친일행적을 한 적이 없다면 모를까)

이번 김백일 동상 건립 과정에서 거제시가 김백일의 친일행적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거나 알았지만 친일행적이 확실히 입증된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검증절차를 소홀히 한 문제점이 있고 친일행적을 알았고 사실일 개인성이 높지만 흥남철수작전에 기여한 점에만 치중했다면 친일행적을 너무 가볍게 여긴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옥영문 시의원이 김백일 동상 철거를 위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 이보다 거제시의회가 적극적으로 철거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 잘못된 행정을 고치게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전쟁은 장군들에게만 맡기기에는 너무도 중요하다’라는 클레망소의 말처럼 ‘행정은 공무원들에게만 맡기기에는 너무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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