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강 옥포교회 목사

최근에 사도바울의 전도여행지를 따라 그리스와 터키로 성지순례로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짧은 일정에 넓은 지역을 여행해야 했기 때문에 여정이 계속될수록 일행들은 힘들어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쳐가는 저희 일행에게 신선한 도전과 새로운 힘을 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이분은 일흔 다섯이 되신, 사십여명 저희 일행중에 가장 연로하신 분이셨습니다.

당신의 소개를 들으니 참 다양한 일을 하고 계신 분이셨습니다. 목사이면서 대학에서 젊은 청년들에게 강의를 하시는 교수이시고, 시인이면서 문학평론을 하시는 분이셨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그분은 건강이 온전치 못하다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 폐 수술이후 한쪽의 폐가 없다면서, 스스로를 '허파 빠진 놈'이라고 소개하시더군요. 보통의 경우라면 약을 한 보따리 들고 그것 먹으며 쉬어야 하실 분이셨습니다.

그런데도 그분은 불굴의 신앙과 의지로 자신에게 주어진 사역들을 죽는 날까지 감당하겠노라고 고백하셨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계셨습니다. 당신의 시에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들어 보급하고 싶은 소망을 갖고 계셨구요. 최근에는 중국선교에 대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몇 년 동안 중국에 다녀오셨노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분은 죽는 날을 그냥 무기력하게 기다리기는 싫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도리어 불꽃처럼 당신의 삶을 남김없이 불사르다가 생을 마치고 싶다는 말씀이셨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열정이 그런 것이라고 느껴질 수 있었습니다. 열정은 가치 있는 것에 사로잡혀 삶을 불태우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큰 감동과 도전을 줄 수 있지요. 장작들이 자신을 불태워 모닥불을 이루어 주변의 사람들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것처럼, 참다운 가치와 진리를 위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주변의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고, 공동체를 변화시키고 인류의 역사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어떤 가치 있는 것에 사로잡히느냐의 문제입니다.

예수님에게는 '주의 전을 향한 열심'(요한복음 2:17)이 있었습니다. 그 열심 때문에 성전을 정화하고 율법적이고 부패하여 죽은 것과 같은 유대종교와 맞설 수 있었습니다.

사도 바울에게는 '복음 전파에 대한 열정'이 있었습니다. 그 열정 때문에 죽을 고비와 환난, 핍박, 굶주림을 이기고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그리고 당시 세계의 중심인 로마까지 복음을 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참된 가치들이 그들을 삼켜버린 것 같은 열정적인 삶을 살아간 사람들이 삶의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나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열정이 식어버린 내 마음속에도 새로운 열정이 생겨나기를 소망해봅니다. 새 봄에 언 땅을 뚫고 올라와 어느 새 꽃을 피운 봄꽃과 같은 기적이 내 안에도 일어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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