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복 옥포자향한의원 원장

천련자·오배자·번사엽 등은 독성 지녀…풍문으로 약재 달여 먹으면 오히려 '독'

한의원에 내원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병원에 갔더니 한약 먹으면 안된다고 한다. 나는 간염이 있어서 한약을 먹으면 안된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 어떤 병원에서는 안내 책자에도 버젓이 금기사항에 한약을 복용하지 말라고 명시하고 있다.

서양의학에서 약물의 대사는 간과 신장에서 이루어지므로 한약도 약인지라 간과 신장에 부담이 갈 수 있다는 논지에서 하는 말일 것이다.

또 간장과 신장은 한 번 망가지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을 수 있고, 그만큼 중요한 장기라는 이유에서도 조심하자는 의미로만 받아들이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간에 부담이 갈 수 있는 것은 한약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복용하게 되는 양약 또한 간에 무리를 줄 수 있고, 여러 기호 식품 또한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두통이 있을 때 흔히 복용하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은 간독성이 있어 알코올과 병용이 금지되어 있고, 차와 커피에 흔히 들어있는 카페인 또한 과량을 복용하게 되면 간독성을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임상에서 흔히 쓰게 되는 한약재는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게 되는 것이 많을 정도로 안정성이 뛰어나다.

예를 들어 율무 도라지 은행 밤 파 무씨 대추와 같이 일상에서 식용으로 섭취하는 것들도 있고, 계피 당귀 감초 둥글레 구기자 산수유와 같이 차(茶)로 마시는 약재들도 많으며 일용하는 쌀이나 벼, 콩이나 조  수수를 비롯한 각종 곡식, 각종 산나물 등도 흔히 쓰이는 약재들이다.

이렇듯 대부분 우리가 흔히 섭취하는 음식물들이 한약재로 쓰이고 있는데, 위와 같이 무턱대고 한약이 간에 나쁘다는 논리대로라면 간이 나쁜 사람들은 우선 밥을 포함해 아무 것도 먹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한약재 중에도 독성을 띈 것들이 있고 간에 나쁜 것들도 당연히 존재한다. 예를 들면 창이자 오배자  천련자 백급 방기 청대 대황 택사 반하 포황 관중 번사엽 고련 섬여 오공 같은 것들이다.

이 약물들은 대부분은 학교에서 배우고 나름의 약효와 의미가 있는 약들이지만 임상에서 많이 쓰지 않는 벽재(僻材)들이며, 피부에 바르는 외용제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복용과 상관이 별로 없다. 또한 일부 다용하는 약재들은 약재의 성질을 고려해 정확히 처방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주변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한약재들은 대부분 안전하지만 '어떤 질병에는 어떤 약재가 좋다더라'는 등의 풍문으로 이것저것 약재를 사다가 달여 먹게 되면 간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건강에 해를 미칠 수 있다.

또한 무턱대고 한약은 간에 좋지 않다는 속설을 믿어 한약 복용을 꺼리는 것은 건강해 질 수 있는 한 가지 가능성을 버리는 결과 밖에 되지 않는다. 한약은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통해 지어진 처방을 복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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