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석 칼럼위원/시인·남해안시대포럼 의장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늘 맞이하는 세월이긴 하지만 역사가 정해놓은 시작과 반복의 의미가 남다른 것은 아마도 인간이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까닭일 것이다.

거제는 지난 연말 새로운 변화를 경험했다. 비록 반듯하게 충족되지 못한 여러 걱정도 없지 않으나 객선에 출렁거리며 바닷길을 오가던 수천년 격랑의 세월을 마감했다.

이 도로를 몇번쯤 지나면서 한가지 더 욕심이 생긴다면 가덕휴게소 전망 못지 않게 이쪽 거제의 적당한 장소에다 토끼의 간을 꺼내 든 거북이 한마리를 만들어 세우고 싶다. 하필 그런 발상이냐고 여길지 모르지만 선조들이 십이지상을 만들고 거기다가 역학을 들이밀때는 꽤 의미있는 요량이 있었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 집착하고 긍지를 갖지만 길가에 버려진듯 보이는 풀 한포기와도 같은 처지도 우리네 삶의 한 단면이다.

그 위안은 우화를 만들고 바다 깊은 용궁의 거북이가 불로장생의 욕심을 위해 뭍으로 올라 토끼를 유혹하고 꾀많은 토끼가 거짓말로 피해 달아나는 상상이 지금 거가대로의 입구를 서성거리고 있다.

바다 저쪽의 간 큰 토끼 한마리가 대로의 개통을 앞두고 '빨대효과'를 천명하고 나섰다지만 정작 그 토끼를 잡으러 나선 것은 거제 바다의 통 큰 거북이란 걸 제대로 알려주어야 할 참이다. 거제 용궁의 거북이 나리가 할 일 없어 해운대 백사장에서 선팅이나 하자고 무거운 다리를 기어 오를 거라고 판단한다면 오산이라는 말이다.

토끼간이 어딨고 무슨 효험이 있냐고 캐물으면 할말이 없겠지만 좌우로 대우·삼성의 불화로로 세상을 누비는 거선들을 뱉으면서 저 임진란 왜구들을 혼내던 당당한 거북선이 지금 기지개를 펴고 있고 어깨를 추스리고 돌아앉으면 수려하고 포근한 여인의 자태처럼 아름다운 해안선의 보물이 숨쉬고 있다.

글 잘 쓰고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이 유독 많은 거제의 인재들에게 이런 바탕을 토대로 작품을 그리라면 얼마든지 아름다운 미래가 그려질 고장이다.

헛기침이 아니라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여기고 보다 큰 그림으로 거제의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해부해서 막힌 혈을 풀어내어 미래의 과제를 짚어 나간다면 지금의 처지를 비관만 할 일도 아니다.

한동안 어설픈 성장의 과정에서 비롯된 여러가지 폐단이나 비뚤어진 성정머리를 고칠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

비록 우화 속의 거북이가 토끼의 잔머리에 잠시 농락 당한 우를 범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토끼는 간을 갖고 있고 거북이는 뭍으로 오를 길을 터 놓았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주변에서 서로를 의심하며 경계하고 탓하는 시민이 아니라 서로를 위안하고 믿으며 포용해주는 겸양과 미덕과 진취성을 지닌 시민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화를 그려보는 것이다. 모두가 저 푸르른 미래가 깔린 도마위에 칼을 갈아 두고 토끼의 간을 가져오는 지혜를 모아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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