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연말에 지인 몇 분과 가까운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하고 커피숍으로 나갔는데 커피숍 안은 연말연시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젊은 주부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주부들이 데리고 온 꼬마들 몇몇이 소란을 피우며 커피숍 안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대화에 방해를 받은 우리들은 자리를 옮길까도 했지만 어디를 가나 좁은 공간에서는 마찬가지다 싶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제지를 받지 않은 아이들은 더욱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피웠다.

참다못한 우리들 중 나이 지긋하신 한 분이 가장 소란을 피우는 아이 엄마에게 아이가 떠들며 뛰어다니는 것을 좀 제지해달라고 하자 그 젊은 엄마는 도끼눈으로 그를 흘겨보면서 입에서 아주 저속한 말들을 뱉어냈다.

그 젊은 엄마는 많으면 30대 초반의 나이로 보였다. 그러면 애를 제지해 달라 부탁하신 분의 딸 뻘밖에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저도 눈이 있으면 그 분의 연배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중하게 아이의 지도를 부탁한 그분에게 두 눈을 딱 부라리며 앙칼진 목소리로 따졌다.

그는 한마디로 예의라고는 배우지 못하고 가정교육이라고는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을 자신의 행동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너무도 황당하고 기가차서 아무 말도 못하고 서로를 쳐다만 보았다.

그렇게 파란만장하게 욕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잠시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대 여섯 살 쯤 되어 보이는 아들의 손을 잡은 한 젊은 여자가 마트에서 사가지고 나온 과자 봉지를 바닥에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는 것이 아닌가.

청소하는 분들이 막 닦고 간 그 자리에 과자 봉투가 팔랑거리며 사람들 발길 사이로 날렸다. 그러자 그녀의 아들도 역시 엄마처럼 바닥에 과자 봉투를 자연스럽게 벗겨 던졌다. 모전자전의 산 현장이다.

그 아들은 아마 앞으로도 쓰레기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거리에 버릴 것이며 교실 바닥에 침을 뱉고 계단에 가래를 뱉고도 뭐 어때, XX. 할 것이다.

그 아이가 앞으로 자라 어떤 아이가 될 것인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본을 보이지 않는 어미에게서 뭘 보고 배웠겠는가.

어미는 앞으로 아들이 학교에서 맞고 오거나 교사에게 야단을 맞으면 학교로 대번에 달려와 자기 아들은 원래 그런 아이가 아니고 교사를 잘 못 만나서 그렇다거나 친구나 다른 애 잘못이라고 아이 역성을 들 것이 확실하다.

잘못을 고쳐주지 않고 불손한 행동을 제지하지 않으면 아이는 그게 옳은 것 인줄 알고 자란다. 새해에는 부모가 모범을 보이자. 부디 당신 자식이 귀하면 귀할수록 아이에게 절제를 가르치고 성실함과 겸손함으로 훈계를 받아들이는 본을 보이자.

교육의 주체는 학교가 아니라 가정이 먼저이다. 부모가 가정에서 모범을 보여 아이를 제대로 교육하는 한 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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