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위원 황수원

한 해를 허겁지겁 달려왔다. 이 나이에 무슨 큰 목표가 있을까마는, 오래전에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다 보니 그렇게 한 해가 지나간다. 명예나 금전적인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닐지라도 거제도에 살면서 이렇게 혹은 저렇게 해보자고 신문이나 모임에서 얘기한 것들을 실천해 보고 싶었던 일들이었다.

이제 이 해를 마무리하면서 생각해 보니, 잃은 것은 사람이고, 얻은 것은 실망이라면 딱 들어맞는 결과가 된 것 같다.

하긴 지난 해 인들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은 것도 아니었지만, 해가 지날수록 과욕이 망령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것은 이제 좀 철이 나는 것일까!

책상위에 다이어리를 펼쳐두고 한 해의 계획을 이리저리 적어나가다 보면, 365일쯤 후에는 나름대로 장밋빛 꿈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그 365일을 다 허비하고도 돌아보면 늘 그 자리인 것 같은 생각이 든 적이 어디 한 두 해였던가!

시간에 있어 시작과 끝이 없기에, 2010년 12월 31일과 2011년 1월 1일이 왜 달라야 하는지 나는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모든 것을 1년을 단위로 추진하고, 또 평가하고 그런 것을 나도 당연히 여기고 살아왔다.

먼 목표를 향한 중간 점검의 시간으로서 한 해는 의미를 가질 것이지만, 살다보면 목표란, 그리고 희망이란 시간과 더불어 완성도가 높아져 가는 것도 아니었다.

죽어라고 노력해도 안 되는 때도 있고, 일이 술술 풀려 순조로운 때도 있었다. 모든 일이 때가 있어서일 것이다. 그러니 욕심내어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이란 것을 세워서 일을 다그친들 무슨 소용이랴! 목표를 달성한다고 한들 그것을 달성하는 과정이 즐겁지 아니하면 그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그렇다고 밀려오는 시간을 아무런 계획도 없이 맞기란 나 같은 범부(凡夫)에게는 그 역시 힘든 일이다. 그러니 목표의 달성이 아니라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현명하지 않은가!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는 것은 마땅히 사람이 해야 할 일이지만, 그 정성으로 일을 이룸은 하늘의 몫이라는 말처럼,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2011년의 시간의 배가 이제 다가오고,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는 그 배를 타게 될 것이다. 그러나 2010년 이전과 똑같은 항해를 하고 싶지는 않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배를 타고 다니는 사람에게 유람은 없다. 이 항구에서 저 바다로 질주하는 항해에서 내가 배운 것은 '빨리 가면 빨리 배에서 내려야 한다는 것'뿐이다.

2011년은 내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해이고 싶다. 이미 오고 싶은 만큼 왔고, 반환점을 돌아가는 그 배에서는 허우적대며 왔던 그 시간들에서 놓친 것들을 찾아보고 싶다.

이젠 좀 더 천천히 달리는 배에다 몸을 싣고 주변의 경치도 둘러보고, 승선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인생의 쾌속선이 아니라 인생의 유람선을 타고 싶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천천히 흐르는 사회, 천천히 흘러가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