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세'는 남에게 웃음과 조롱을 받게 됨을 이르는 우리말로 남사스럽다, 남세스럽다 등도 같은 말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은 잘못했을 때 창피를 주어 마음을 아프게 하는 남우세문화가 발달했다.

오줌 싼 아이에게 키를 씌워 소금 얻으려 보내는 조리돌림은 애교수준이고, 범법자의 목에 죄목을 쓴 팻말을 걸고 거리를 끌고 다니는 경우나, 간통하다 들킨 여자를 속옷만 입혀 동네를 몇 바퀴씩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기생(妓生)사회에서는 남의 기둥서방과 잠자리를 하거나, 단골손님을 가로 채면 얼굴에 숯검정을 칠하고 여러 기생들 앞에서 개처럼 기는 조리돌림을 당했다.

불효같은 가정문제는 문중에서 다루는데 걸량(乞諒)이라고 해서 문중 어른들 앞에서 용서를 비는 것과 사당 앞에 사흘 동안 세워두는 입정(立庭)이 있다.

마을은 향약에 의해 벌이 내린다. 가장 낮은 하벌(下罰)은 잘못을 저지른 자를 벽보고 서 있게 하는 면벽면책(面壁面責), 중벌은 동네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 창피를 주는 만좌면책(滿座面責), 상벌은 여러 사람이 다니는 길이나 장터에 세워 우세시키는 입정면책(立庭面責)으로 나뉜다.

5·16 군사혁명 후 자유당 시절의 깡패를 잡아 "나는 깡패입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가두행진을 시킨 일이나, 무단횡단을 한 사람을 도로 가운데 세워두었던 일은 모두 입정면책이라고 봐야 한다.

나라에서는 독직(瀆職)이나 국고 횡령에 걸린 관리는 물에 삶아 죽이는 팽형(烹刑)에 처했다. 서울 종로 같은 큰 네거리에 가마솥을 걸고 죄인을 삶아 죽이는 흉내로 남우세를 시켰다.

미 하원의 21선(選) 찰스 랭글 의원(80세)이 의회 사상 23번째로 동료 의원들 앞에 선 채 세금탈루, 금융소득 신고누락 등 비행(非行)을 낱낱이 지적받는 중징계인 '공개질책'을 당하는 장면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남우세문화는 우리의 전통문화인데 미국이 이런 벌을 준다는 게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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