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칠 화평교회 담임목사

부산 가는 길이 열렸다. 개통되는 첫날!

마음 같아서는 첫차 1번 좌석에 앉아서 개통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들뜬 마음을 진정하고 오후 늦게야 승용차로 부산 나들이에 나섰다.

오랜만에 가는 길이라 혹시나 길이라도 잘못 들까봐 네비게이션까지 켜고 송정 나들목을 들어섰는데...순간 네비게이션이 숨을 멈춘 것이다. 왠가 싶어 화면을 보는 순간 화면이 백지상태가 아닌가!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혹 업그레이드를 했다 하더라도 오늘 개통 되었으니 네비게이션 회사도 길안내를 준비 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에 혼란했던 마음은 진정 됐지만 눈앞의 세계는 여전히  신비의 세계 그 자체였다.

네비게이션 화면은 온통 녹색천지! 길도 건물도 아무것도 없는 산 속을 신기하게도 꼬물꼬물 거리면서 가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내 차란 말이지 않은가!

어디 그뿐인가. 잠시 후 장목면 유호 마을을 지난 후에는 화면의 색깔이 코발트색으로 바뀌더니 그나마 조금 전까지 있던 등고선조차도 이젠 사라져버린 오로지 한색 코발트 밖에 없는데 역시 거기에 꼬물거리는 것이 있으니 내차였던 것이다. 그래서 옆을 보았다. 분명 바다다.

배들이 떠있고 잔잔한 물결이 일렁거리며 간혹 갈매기도 날아다니며 쾌속선이 굉음을 내뿜던 짠물 냄새 나는 바다! 그 바다다. 그런데 그 위에 1톤이 넘는 차가 떠서 달리고 있지 않은가!

어디 그뿐인가. 섬이 나타나고 그 섬 속의 터널을 달리는가 싶더니 드디어 그 유명한 침매터널 속으로까지 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부산에 도착한 후에 어느 사람이 묻기를 "해저터널에선 고기도 보이더냐?"고 하던데 그런 고기는 볼 수 없는, 육지의 여느 터널이나 다를 바 없는 일상적인 터널이지만 나는 지금 바다 속 30, 40, 아니 48미터까지 깊은 바닷속 터널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표지판은 가리켜 주고 있지 않은가! 이 모든 것이 길이 있기에 가능했고, 꿈이 현실이 되는 느낌이었다.

역사는 길에서부터.

중국에는 저장성에서 베이징까지를 연결하는 1794㎞의 운하가 있다. 말이 1794㎞이지 부산에서 서울을 두 번이나 왕복한 거리이지 않은가! 그런 멀고 먼 길을 운하라는 새로운 뱃길로 연결 된 소감을 이택천추(利澤千秋)라고 그들은 현판에 새겼다.

장목에서 직선으로 십 삼 사 킬로미터에 불과하여 육안으로도 뻔히 보이던 지척의 땅이었지만, 통영 마산을 거쳐 근 세 시간이나 걸리던 길을 이제 몇 십 분이면 도달할 수 있게 되었으니 거가대교도 이택이천추임이 분명 해 보인다.

천국 가는 길도 있다.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열린지가 오래다. 인간으로선 도저히 갈 수 없는 그 천국을 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제 거가대교 위에 차만 얹으면 부산으로 갈 수 있는 것처럼 천국 가는 길도 예수님을 믿기만 하면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 개통되는 새 길을 따라 부산으로 가면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이 실감이 난다. 업그레이드 안 된 네비게이션 상에선 망망대해이지만 다리가 놓이고 터널이 뚫리니까 차가 다니고 2-30톤 화물차도 거뜬히 달리는 것처럼, 예수님은 말씀 하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이 길 위에 네 차를 올려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천국으로 옮겨 주겠노라'고.

아이들은 노래한다.

"돈으로도 못가요! 하나님 나라! 힘으로도 못가요! 하나님 나라! 거듭나면 가는 나라! 하나님 나라! 믿음으로 가는 나라! 하나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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