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배 본지 칼럼위원

이야기 하나 : 책에서 읽은 어느 외국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다. 한 신사가 도심지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데 건장한 젊은이가 아침을 굶었다고 도와달라고 해서 한 끼 밥값 정도를 도와주었다.

그 신사는 길을 찾지 못하고 같은 곳을 다시 가게 되어 그 건장한 젊은이를 또 만났다. 젊은이는 같은 말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길을 찾지 못하고 몇 번을 그 곳을 돌게 되었는데 역시 같은 말로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 신사는 배신감 같은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에서도 멀쩡한 사람들이 장애인으로 가장하여 빌어먹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심지어는 길거리나 지하철 역 같은데서 종교인이 돈을 모우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돈을 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들은 바에 의하면 그들 중 종교인으로 가장한 사람들이 동냥한 돈으로 술을 사 마시고 좋지 못한 곳에 가서 돈을 쓴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참 가소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야기 둘 : 장님이나 불구자 또는 늙은이들이 길거리에서 동냥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 이야기로는 고급 세단으로 그들을 동냥하는 장소까지 출퇴근을 시킨다고 한다. 그들 뒤에는 불량배의 조직이 있어 동냥한 돈으로 주지육림 흥청거린다고 했다.

중국 남방의 어느 도시에 관광을 갔을 때다. 열서너 살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가 엎드려서 구걸을 하고 있었는데 그 아이의 한 쪽 다릿장갱이 한 가운데가 U자로 굽어져 있었다. 참으로 참혹해 보였다. 안내자의 말로는 불량 조직배가 그 아이를 납치하여 다릿장갱이를 구부러지게 해서 동냥을 시킨다고 했다.

이야기 셋 : 우리나라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어려운 이웃과 사회복지시설에 전달되어야 할 국민들이 낸 성금을 횡령하고 직원들의 유흥비로 탕진된 사건이 있어서 물의를 빚고 있다. 소위 국민들이 믿고 성금을 기탁하는 공공기관인데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앵벌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뜻을 사전에서는 '불량배의 부림을 받는 어린이가 구걸이나 도둑질 따위로 돈벌이하는 짓. 또는 그 어린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야기 하나의 경우는 배후에 불량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건장한 젊은이들이 정당하게 노력하여 돈을 벌지 않고 거지 근성에 물들어 동냥을 하고 있으니 자신들의 거지 근성을 위하여 그들의 몸이 앵벌이 짓을 하는 꼴이 되니 그들을 하나의 앵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 둘은 그야말로 불량배 조직을 위한 앵벌이인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 셋도 어려운 이웃과 사회복지시설에 가야할 돈을 공동모금회가 썼으니 '국민의 어려운 처지'가 공동모금회의 '앵벌이 감'이 되고 만 셈이 아닌가.

시민들은 자기네들 살기가 어렵더라도 더 어려운 처지를 보고 성금을 내는 것인데 그것이 제대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이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샌다면 배신당한 심정은 물론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해마다 겨울이 되면 빨간 사랑의 열매를 옷깃에 달고 학교와 직장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기꺼이 성금을 모아 주던 시민들은 자신들의 양심과 선의를 공동모금회가 사회의 그늘진 곳에 대신 전해 줄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을 가졌던 사람들이다. 거리의 '사랑의 온도계' 눈금이 더디 올라가면 내가 더 나누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스스로 돌아보던 사람들이다. 이러한 시민들의 믿음과 기대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겨울이 오고 있다. 어려운 처지의 국민들과 복지시설에서 외로움과 병마와 싸우고 있을 그들에게 금년에는 성금이 모이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 요 몇 칠 동안 북한의 무도한 소행으로 고향을 잃고 찜질방에서 동동거리고 있는 연평도 주민들을 위해 각계각층에서 뜨거운 정성의 성금이 모이고 있는 광경을 텔레비전에서 보고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렸다. 그래도 우리국민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에 대한 뜨거운 마음들을 갖고 있구나 하고 말이다.

공동모금의 제도를 개선한다 하니 기다려 보겠지만 하루 빨리 국민의 신뢰회복에 힘써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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