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1품 영의정은 최고의 자리지만 조선시대 선비들의 로망은 문형(文衡)으로 일컫는 정2품 대제학(大提學)이었다. 사람들도 정승 집보다도 대제학 집안을 더 존경했다.

선조(宣祖)때 대제학 박순(朴淳)은 일찍이 정시(庭試)와 친시(親試)에 장원급제하고 훗날 영의정까지 지낸 인물이다. 화담문하(花潭門下)로 이학(理學)뿐 아니라 학식과 문장에 일문을 이룬 당대 최고의 학자요 정치가였다.

그런 박순 밑에 종2품인 제학(提學)으로 퇴계(退溪)가 임명되었다. 그러자 박순은 임금께 "이황(李滉)이 제학이라면 제가 대제학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황의 학식이나 모든 것이 저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서로 관직을 바꾸어 주십시오."라고 한다.

테니스의 올림픽이라는 데이비스컵 대회에서 프랑스선수 '코세'와 미국선수 '칠덴'의 경기 때 일이다.

칠덴의 서브가 코세의 그라운드 라인에 아슬아슬하게 맞자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다. 가만있으면 그냥 1점을 얻을 수 있었지만 코세는 심판에게 세이프라고 말해 주었다.

심판은 판정을 정정했고, 그 다음 코세의 서브 때 칠덴은 일부러 공을 라인 밖으로 쳐서 코세에게 1점을 얻도록 해주었다. 이 멋진 매너를 보고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유도의 왕기춘 선수의 모습은 정말 멋졌다. 상대 아키모토 선수의 발목부상을 알고도 끝까지 거기는 공격하지 않았다. 비겁한 1등보다는 아름다운 패배를 선택했다.

다른 선수들은 은메달이란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금메달을 따지 못해 죄송하다고 울먹이는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KBS 2TV 개그콘서트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이란 코너에서 술 취한 남자가 불만이 가득 찬 표정으로 내뱉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만은 꼭 아닌 것 같다.

대회 MVP는 기록이나 메달의 개수에 좌우되지 말고 가장 훌륭한 선수를 찾아 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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