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아 동아대학교병원 소아과 전문의

합병증 없는 한 감기 1주일 안넘어…5세 이하 '기관지 천식' 흔하게 걸려

▲ 정진아 동아대학교병원 소아과 전문의
어떤 의학자는 기침을 가리켜 "질병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해 주는 경비견"이라고 비유적으로 말한 일이 있습니다. 기침은 호흡기가 병균에 의해 감염되는 것을 예고해 주거나 감염된 사실을 알려 주는 신호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기침 그 자체는 '질병'이 아니며, 다양한 호흡기 질환이 있을 때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으로 보는 게 옳습니다. 기침 자체를 치료하는 데 힘쓰기보다는 기침이 일어나는 원인을 찾아내어 그것을 치료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기침의 원인을 찾아내는 데는 많은 검사방법이 있지만 기침의 형태나 기간 등에 따라서 원인을 추측해 볼 수가 있습니다. 기침이 3주 이상 계속되면 만성 기침으로 보아야 하며, 만성이 되면 그 원인이 감기가 아닐 가능성이 크므로 원인을 밝혀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감기'를 의학적인 용어로 풀이하면 '코와 목 등 상기도에 생기는 염증'을 말합니다. 보통 감기의 진행은 갑자기 열이 오르면서 보채기 시작하고 재채기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수시간 내에 콧물이 나오고 코가 막혀서 호흡이 힘들게 되지요. 또 이럴 때 구토와 설사가 동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감기는 급성 질환이므로 합병증이 없는 한 1주일 이상 장기간 계속 앓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엄마들이 흔히 '우리 아이는 감기를 달고 산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소아과 의사들은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정상적인 어린이가 1년에 앓는 감기의 횟수를 6번에서 8번쯤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말 감기를 자주 앓는 아이들이란 감기에 걸린 기간과 걸리지 않은 기간과의 차이가 분명치 않을 정도로 앓는 아이들을 일컫는 것입니다.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자주 재발하는 아이들이 가장 흔하게 앓는 병이 기관지 천식입니다. 기관지 천식은 기관지가 예민한 상태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 경우를 말합니다.

큰 아이들에게는 천식의 전형적인 증상인 기침, 숨찬 증상, 가래 끓는 소리 등이 나타나지만 경한 천식이거나 다섯 살 미만의 어린 아이들에게서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서 감기와 혼동하기가 아주 쉽습니다.

기관지 천식을 진단하는 데는 자세한 병력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통해 기관지 천식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먼저 혈액검사로 알레르기 체질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알레르겐 특이항체 검사와 알레르기 피부 반응 검사, 폐기능 검사 등을 통하여 정확한 진단과 원인을 규명하게 됩니다.

그러나 어린아이는 폐기능 검사를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하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기관지 천식은 본래 만성적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고질적인 병이기에 단시일 내에 완치하겠다는 성급한 생각은 절대 금물입니다.

천식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 제거, 즉 천식 발작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생활환경을 바꿔 주는 환경조절요법입니다.

그리고, 실제 치료과정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약물 요법인데, 요즘은 먹는 약 대신에 가능하면 기관지 속으로 직접 투여하는 '흡입 약물'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치료방법으로 면역 요법이 있는데, 현재 이 방법은 모든 기관지 천식 환자에게 사용하지 않고 꼭 필요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실시되고 있습니다.

기관지 천식 외에도 만성기침의 원인으로 모세기관지염, 알레르기비염, 만성 부비동염(축농증), 기도 이물, 폐렴, 결핵, 후두염, 후두 연골 연화증, 기도 기형, 기관지확장증, 면역기능 저하증, 버릇(습관성 기침) 등이 있습니다. 만성 기침이 지속될 경우 소아알레르기호흡기 전문의의 정확한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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