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운 본지 칼럼위원

윤병운 거제시 농업경영인 연합회장
지난 10월29일부터 11월8일까지 거제면에 소재하는 거제시 농업개발원에서 "거제 섬꽃 축제"가 열하루 동안 펼쳐졌습니다.

혹자는 거제면이 생긴 이래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거제면을 찾아 왔다고 할 정도로 15만의 관람객을 유치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들의 노고에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거제시에는 대략 10여개의 지역축제가 있습니다. 1월1일 신년 해맞이 행사(주무부서:관광과)를 시작으로 거제도 국제 펭귄 수영축제(관광과), 2월엔 거제 고로쇠약수축제(관광과), 4월 초순엔 대금산 진달래 축제(관광과)를 비롯해 거제도 봄꽃 및 숭어축제(관광과), 5월엔 능포 양지암 축제(능포동), 6월의 옥포대첩기념제전(문화체육과), 7월의 해양스포츠 바다로 세계로(관광과), 그리고 10월 한 달 동안은 거제예술제(문화 체육과)를 비롯해 거제 시민의 날 행사(행정과) 10월 말부터 시작되는 거제 섬꽃 축제(농업기술센터)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상에서 보듯 대부분의 행사 주무부서가 관광과를 비롯해 거제시청 본청에서 이루어지고 섬꽃 축제만이 농업기술센터에서 관장을 하는데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으니 이는 관계자뿐 아니라 전체 농업계의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뿌듯함에 부르튼 입술을 막걸리 잔으로 축이면서 쏟아내는 주무과장의 그 열정에 농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가 작은 예산으로 일궈낸 섬꽃 축제의 오늘입니다.

필자가 속한 농업경영인회 또한 향토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축제의 흥겨움이 풍성한 먹거리와 함께 더욱 신명이 나도록  열심히 뛰었던 열 하루였습니다.

집에서는 '물!' 한마디로 끝내는 시골 꼴통 보수 아저씨들이 앞치마 두르고 쟁반 들고 다니며 혼쭐 난 열하루이기도 했습니다.  찾아주는 지인들이 건네 준 막걸리의 적당한 취기가 막바지 한잔으로 이끌면 어느덧 관객이 빠져나간 객석을 보듯 축제의 의미를 되짚어 봅니다. 

△축제명: 거제 섬꽃 축제 △주무부서: 농업기술센타 △개최횟수: 5회 △개최 기간: 10일 △행사내용: 가을꽃 전시, 농업 체험, 지역 농특산물 판매장 운영 △축제 예산: 1억8,300만원 △축제 종류: 기타 △주최/주관: 거제시.

농업 예산으로 치러지는 축제임에도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축제는 있으나 농업은 주변에서 묻어가는 듯한 서운함도 어찌할 수 없습니다.

이솝우화 하나가 생각납니다.

작은 숲 속에 사는 새들이 어느 날 자신들의 왕을 선출하기로 하였는데, 공작이 나서며 "왕은 그 아름다움이 특출나야 하며 이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하고 꼬리털을 부채처럼 쫘악 펴며 화려한 자태를 뽐냈습니다.

대부분의 새들이 별 반대 없이 아름다운 공작을 왕으로 결정지으려고 할 때 까마귀가 말했습니다. "왕관을 쓰기 전에, 독수리가 우리를 덮치려고 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먼저 말해 보시오!"  공작새는 대답할 수 없었고 다른 새들은 누가 그들의 왕이 되어야 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숲 속에 사는 새들이 그들의 왕을 뽑는 지혜를 발휘하듯 농업기술센타 직원들과 우리 농업인 그리고 거제 면민들이 합심하여 모처럼 잘 일구어진 축제가 공작새의 화려한 깃털같은 꽃의 잔치에만 머무르지 않고 진정한 목적에 부합되도록 만들어 나갈 때 축제의 가치가 더욱 생명력을 발하리라 봅니다.

그럴 때 지역 주민들의 드높은 관심과 호응을 얻을 수 있고 멀리서 찾아 온 관람객들 또한 그 가치를 나누어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신과 사람과 꽃이 모두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섬꽃 축제로 거듭나는 내일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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