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단풍 시작, 정상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과 어우러져 '환상'

난이도 따라 5개 코스 '입맛대로'…청마생가·보현사 등 볼 곳도 많아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위와 큰 일교차로 올해는 어느 때보다 예쁜 단풍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 가을 단풍철을 맞아 회사나 가족끼리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중부지방은 이미 곱게 단풍이 들었고 거제에도 이제 단풍이 산에 색을 입히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작년 늦은 가을 단풍이 질 무렵, 산에 오른 이후 한 번도 산을 찾지 않았다. 더구나 이번에 찾은 산방산은 함께 한 일행 대부분이 처음. 간단한 산행을 바라며 선택한 1시간쯤 걸린다는 1코스, 그러나 경사진 곳만 1시간. 2시간 반이면 완만하게 올라갈 수 있다는 코스를 무리하게 올라간 격이었다. 혹시 일행 중에 산을 잘 못 타는 사람이 있다거나 즐기면서 산을 올라가고 싶다면 1코스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산방산은 둔덕면 산방리 뒷산으로 507.2m의 높이다. 정상에는 큰 바위산 세 개가 하나의 산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보현사 입구에서 출발하는 1코스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분명 여유로운 코스다. 그러나 그 경사도를 봐서는 즐겨가며 여유롭게 올라갈만한 코스는 아니었다.

평소 운동과는 거리가 먼 몇을 포함한 9명이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1시간이면 넉넉하게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에 다들 별 생각도 없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나 같은 높이의 산이 오르는데 시간이 덜 걸리는 데는 역시 이유가 있었다. 산행코스의 경사가 생각보다 가파르다다. 발걸음이 산으로 옮겨지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어지던 말소리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10여분 가량 올랐을까. 왼쪽으로 조그만 샛길이 보이고 삼신굴이라는 푯말이 보였다. 부처굴 또는 삼신굴이라고 부른다는 이 굴 아래에 오래전에 절이 있었다고 전해진다고 한다. 둘러보는 일행들을 멀찌감치 보면서 헐떡이는 숨을 골랐다.

계속 깎아지듯 가파른 길을 층층이 박아놓은 듯한 바위를 디디고 올라갔다. 앞에 걷는 선두주자의 등을 보고 걸음을 이었다. 뒤에 걷던 동료들과 하나 둘 사이가 벌어지고 앞서 걸으면서 허리를 일으킬 때마다 바람에 땀을 식혔다.

가파른 바위산, 깎아놓은 듯한 바위산을 타고 올라갔다. 산을 오른 지 채 20분도 안 된 상황. 벌써 정상인가 하고 위를 바라봤더니 저 뒤쪽으로 정상이 보인다. 역시 산은 다 오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산 중턱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아름답다. 날씨가 좋아 선명하게 보이는 다도해의 섬들이 장관을 이룬다. 산을 오를 때는 죽을힘을 다해 산만 오를 것이 아니라 자연을 즐겨야 한다는 느낌이 들어 울컥한 느낌이 들었다. 날이 풀린 상태였는데도 산 위에서 땀 흘린 뒤 부딪히는 바람은 꽤 쌀쌀하다. 절경 감상도 이제 그만, 다시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0분 휴식을 제외하고 계속 걸은 데다 바윗돌로 이뤄진 가파른 길이 이어져 허벅지 뒤쪽과 종아리가 저려왔다. 평소에 운동을 좀 해둘걸 하고 후회가 이어졌다. 제대로 산을 감상할 새도 없이 앞선 사람의 뒤를 밟았다. 열심히 오르다보니 어느새 정상을 10미터 앞둔 오색터에 도착했다.

거제도에 가뭄이 들면, 대대로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났다고 하는데, 이 주위에 기우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무지개 터라 부르는 이곳은 바위 틈새로 사시사철 물이 똑똑 떨어져 작은 우물이 생긴 곳이라고.

"이제 10미터"를 외치며 올라간 정상에는 이미 먼저 도착한 등산객들이 도시락을 먹고 있다. 땀 흘린 뒤에 먹는 김밥이나 보온병에 담긴 따뜻한 커피, 꼭 챙겨가길 권한다. 주전부리만 챙긴 우리는 간식거리로 입을 달래며 입맛만 다셨다.

멀리 바라다 보이는 다도해의 한산 섬과 작게 보이는 섬들이 점점이 떠 있어 한참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가을 단풍은 이른 느낌이었지만 곱게 산을 물들이고 있다. 거제의 봉산들이 다 그렇지만 정상에서 바라다보는 바다와 어우러진 경치는 참으로 아름답다. 정상에 올라 바다와 섬, 산의 경치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더 없이 매력적이다.

산 입구에는 우리나라의 명시인 청마 유치환선생의 생가(生家)가 있고, 산골짜기에는 보현사가 자리 잡고 있다. 산뿐 아니라 주변에 둘러보려 마음먹으면 둘러볼만한 곳도 있다는 이야기다. 산 정상부 주변에는 철쭉, 산철쭉, 진달래 등 철쭉 류가 많아 봄이면 철쭉꽃으로도 유명하다는데 가을 단풍도 색을 덧입히면 일품일 듯 하다.

내려오는 길에는 다리에 힘이 풀려 후들후들, 정신없이 다른 코스를 찾아 산을 내려왔다. 옥동 마을로 내려오는 임도를 택했는데 중간에 길을 잃은 것 같았다. 산에 표지판이 조금 아쉬웠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웠던 산행이었다.

이제 거제의 단풍은 시작이다. 단풍 구경을 미뤄뒀다면 몸을 일으켜 산으로 향해보길 바란다. 거제에는 산방산 뿐 아니라 단풍을 즐기러 쉬엄쉬엄 올라갈만한 높이의 산들이 단풍객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등산로
1코스
산방아래소류지-보현사(15분/0.5km)-부처굴(10분/0.4km)-옥굴(10분/0.3km)-오색터 (5분/0.1km)-정상(10분/0.2km) 총 50분/1.5km소요
2코스 봉원사-뿔지국(25분/0.8km)-정상(10분/0.2km) 총35분/1km소요
3코스 옥동마을-옥산재정상(45분/1.6km)-임도(1시간20분/2.7km)-거북바위(30분/0.9km)- 정상(10분/0.2km) 총 2시간45분/5.4km소요
4코스 옥산마을-옥산재정상(1시간25분/2.8km)-임도(1시간20분/2.7km)-거북바위(30분/0.9km) -정상(10분/0.2km) 총 3시간25분/6.6km소요
5코스 상죽전-죽전상소류지(55분/1.9km)-무지개터(45분/1.6km)-오색터(5분/0.1km)-정상 (10분/0.2km)-총1시간55분/3.8km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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