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배 본지 칼럼위원

지난 10월 9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創製)하여 반포한지 564번째의 '한글날'이다. 

우리가 무심코 쓰고 있는 우리의 한글이 얼마나 훌륭한가는 컴퓨터를 써보면 단번에 알 수가 있다. 컴퓨터로 글을 쓸 때에 영어는 알파벳을, 우리말은 한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은 그네들의 문장을 자기 나라 글자인 가나나 한자(漢字)로서 바로 쓰지 못하고 알파벳을 차용해 쓰고 있다.

중국어의 경우 알파벳으로 발음부호를 만들어 쓰고 있는데 그 알파벳으로 발음대로 자판을 치면 같은 음의 단어들이 쭉 나오고 그 중에서 쓰고자 하는 단어를 골라서 쓰고 있다.

일본어의 경우는 그들의 글자로 된 자판을 쓸 수도 있다지만, 역시 중국의 경우처럼 발음대로 알파벳을 쳐서 필요한 단어를 골라 쓰는 것이 더 편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우리 글자를 쓰면 되니 얼마나 편리한가 말이다.

한글처럼 비교적 후대에 만들어진 문자 중에서 디지털 문명에 가장 잘 적응하는 문자는 우리가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한글이 디지털 문명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편리한 문자라는 사실만으로도 대한민국이 세계적 IT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글이 우수하다는 것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대지'의 미국 여류작가 펄벅은 "한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이면서 가장 훌륭한 글자"라 극찬했고, 미국의 한 과학전문지는 "한글은 독창성이 있고 기호 배합 등 효율 면에서 특히 돋보여서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고 평했으며, 영국 학자 존 맨은 한글을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까지 말했다고 하니 가장 '한국적인 한글'이 세계 첨단임을 잘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그뿐 아니라 한글은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에서 1997년 한글의 창제원리를 담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기록유산으로 공인했고, '세종대왕 문맹 퇴치상'을 제정했다.

작년 7월 문자 없는 인도네시아 부론섬의 6만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토착어를 표기할 공식 문자로 한글을 도입하기로 바우바우시와 한글 전파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찌아찌아족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를 만들었으며 시는 거리 표지판에 로마자와 함께 한글을 병기하고, 한글로 역사서와 민담집 등을 출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세종대왕이 측은히 여겼던 '어리석은 백성'이 나라 밖에도 적지 않아, 오늘에 와서 그들마저 돕게 되었으니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훌륭한 한글을 세종대왕은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세종대왕은 한글을 비롯해서 우리의 실정에 맞는 음력(陰曆)을 만들고 측우기 해시계 등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모두가 백성을 돕고자 하는 발상이었을 것이다.

특히 한글은 당시와 같은 사대주의 시대에 많은 신하들과 유생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직접 만들었다고 하니, 아마도 그의 백성을 사랑하는 애틋한 '위민(爲民)정신'이 그로 하여금 비범한 창의력을 발휘 할 수 있게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인터넷과 TV, 게임과 휴대전화에 익숙해진 '활자이탈(活字離脫)세대'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글과 책에서 멀어지면서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작문은 물론, 남이 쓴 글조차 읽고 이해하는 독해 능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창의력, 사고능력과 정서에도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니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글은 사대주의의 입김도 극복하고 일제강점기의 우리말과 글의 말살정책에도 굴하지 않고 이어오면서, 백성을 가르치기 위한 바른 글자라는 뜻의 '훈민정음(訓民正音)'에서 한국의 글 나아가서는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한글'로서 오늘에 명맥을 이어온 그야말로 '소중한 우리 한글'이 이제는 세계적으로 그 빛을 발휘하고 있으니 어찌 우리가 자랑스럽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름지기 우리글의 소중함을 다시 되새기면서 아끼고 가꾸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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