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O 거제관현악단 & 황은석 지휘자

러시아를 오가며 지휘 공부, 오케스트라 꿈 위해 15년 대구시향 생활 정리
초·중학교에 특활 개념 합주단 구성, 청소년 대상 음악 축제 만들고 싶어

황은석 지휘자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지만,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의 예술. 단체를 지휘하는 한 사람의 손끝에서 단체가 이끌리고, 또 작품이 탄생한다.

거제예술제의 개막 공연을 맡았던 GSO 거제관현악단의 황은석(47) 지휘자를 만났다.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연주에 앞서 마이크를 잡고, 호기심이 일도록 작품해설을 하던 그의 모습을 봤던터라 만남이 기대됐다. '똥.덩.어.리'라는 유행어를 남긴 베토벤 바이러스란 드라마 탓에 카리스마 강한 독설가 강마에가 연상되기도 했다.

15년의 시립교향악단 생활을 접게까지하면서 그를 거제로 이끈 것은 무엇이었을까. 대구 시립교향악단에서 호른 주자로 있었던 시절, 지휘를 위해 러시아를 오가며 석사 학위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지휘할 곳을 찾고있던 2001년, 뉴스에서 우연히 거가대교에 대한 뉴스를 보게 됐다. 그는 그 길로 '저곳이라면 오케스트라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향 생활과 학원, 집 등을 정리하고 거제로 내려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챔버 오케스트라'다. 거제 지역의 음악 전공자들을 모으고, 거제 지역으로 시집오거나 옮겨온 사람들, 주변의 아는 지인들을 모아 2003년 가을 첫 공연을 가졌다.

첫 공연은 피로코피에프의 피터와 늑대였다. 악기마다 동물을 묘사하는 각기 다른 소리를 내는 관현악을 위한 '교향적 동요'로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한 것.

그는 "단원들끼리 첫 공연을 마치고 자축했다. 문화의 낙도라 불릴 만큼 열악한 환경을 가진 곳에서 우리가 공연을 해냈다는 자부심이 컸다"고 말했다.

거제 관현악단이 지금에 오기까지 계속해서 위기의 연속이었다. 그는 "매 공연 할 때마다 '이번 공연만 올리자'라는 말로 단원들을 다독였다"고 말했다. 한 번 공연할 때마다 2천만 원 가까이 들어 가다보니 후원자와 티켓 값으로 충당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 거제 관현악단에도 특별한 곡이 있다. 지난 4월 연주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그것이다. 앵콜 곡으로 준비해간 위풍당당 행진곡에 '보라, 희망찬 거제. 아름다운 거제. 우리 마음을 다해 사랑합시다' 등의 가사를 붙여 관객들에게 노래 부르게 했는데 극찬을 받았던 것.

"잘 안 맞으면 집에 안 보내주겠다고 반 협박 비슷하게 했는데 다들 즐거워 하시더라구요. 공연을 통해 그 자리에 온 시민들에게 거제에 대한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는 게  의미가 컸다는 생각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애광원에서의 연주란다. 그는 "몸과 정신이 불편한 아이들이 음악을 들으면서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감성적인 뭔가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신기한 것은 소란스럽다가도 연주를 시작하면 조용해졌다. 곡에 앞서 해설을 하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게 참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후 애광원, 성로원 등 단체들을 모아 공연을 하려 했으나 예산에 막혀 기획이 아쉽게 무산되기도 했다.그러나 이런 봉사하는 공연은 의미가 있는 만큼 계속 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거제 예술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현재 거제는 가분수형 경제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경제 산업이 가장 위에 위치하고 문화 예술은 가장 밑바닥에 위치하고 있죠. 청소년, 여성이 갈 곳이 없는데, 결국 이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됩니다. 이제 거제시도 시민의 정서의식에 신경 쓸 때가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럼 거제에 문화예술을 뿌리 내릴 수 있게 할 그의 대안은 무엇일까. 그는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냈다. "우선 첫 시작은 시립교향악단입니다."

교향악단이 있어야, 합창단 구성이 가능하고 어린이 합창단, 어린이 무용단 등 다른 장르로의 확대가 쉽게 가능하다는 것. 그것이 거제를 문화예술의 도시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거제에 시립교향악단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시와 함께 청소년 대상 음악 축제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세계적으로 음악 축제는 많지만 청소년 음악축제는 없는데 그런 축제를 유치한다면 거제를 청소년 거리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거제내의 초·중등학교에 특활개념의 합주단을 꾸리고 시향의 단원이 매주 수업을 나간다. 그래서 그 아이들을 모아 경연대회를 하고 그걸 점차 키워 국제대회로 만들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합주를 기본으로 하는 음악은 남의 소리를 듣고 맞추는 것이 기본이다. 음악을 하면 소리를 듣고 남에게 맞추는 여유와 마인드가 생긴다. 또 음악은 사회성을 키우고, 음악 예술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때문에 그는 거제 시민들에게 음악이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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