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치돈 본지 칼럼위원

지금 우리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자살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사망원인 1위가 암, 2위가 뇌혈관 질환, 3위가 심장질환, 4위가 자살이다. 특히 20대와 30대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라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다

자살은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행위로 오직 인간만이 자살을 하는 동물이다. 한 사람의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고 사람의 목숨은 모질며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 권력, 명예, 돈 ,사랑 등은 사람이 살아 있어야 의미가 있는데 왜 사람은 자살을 하는 것일까?

먼저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여 삶에 대한 욕망보다 죽음에 대한 유혹이 큰 경우이다

2003년 4월 1일 홍콩의 톱스타였던 유명영화배우이자 가수인 장국영이 홍콩시내의 한 특급호텔 24층 객실에서 투신자살을 했다. 언론에 알려진 자살의 원인은 사랑하는 두 사람(남자) 사이에 갈등하다가 우울증으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도 자살을 막지 못했다

2003년 8월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대북 송금 및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수사와 재판 중에 현대 계동 사옥에서 투신자살을 하였다.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부를 이루었지만 그러한 부도 자살을 막지 못했다

2008년 10월 2일 국민배우 최진실이 안방 화장실 샤워부스에 압박붕대로 목을 매어 자살을 하였다. 그녀는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 부와 명예를 이루었지만 이런 인기와 명예도 자살을 막지 못했다
 
작년 5월경 노무현 전대통령이 자살을 하였다. 그 이유는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고 본인만이 이유를 알고 있는데 고인은 말을 할 수 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인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 권력도 자살을 막지 못했다.

지난 10월 8일 “나는 길가에 떨어진 돌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고, 한강에 햇살이 비춰 반짝거리는 모습에도 감동을 느낀다. 보석과 아름다운 풍광 중에 택하라고 했을 때 1초도 주저없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라고 말하던 행복전도사 최윤희 부부가 동반 자살을 하였다. 언론에 알려진 유서의 내용은 ‘2년 전부터 폐와 심장질환으로 힘들다,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등의 것이다. 그녀가 추구했던 행복도 자살을 막지 못했다

한 사람의 자살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 마치 유행성 감기처럼 모방 자살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1930년대 ‘글루미 선데이’라는 곡이 발표되자 헝가리에서만 무려 187명이 자살을 하였고 이곡의 작곡자도 베란다에서 투신 자살을 하였는데 그의 방에 이 곡이 흐르고 있었다

괴테의 작품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속의 주인공인 베르테르가 사랑 때문에 권총자살을 하는데 이를 모방한 권총자살이 유럽에서 한 때 유행을 하였다

이처럼 모방자살은 자살 중에서도 가장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위에서 본 자살과는 다른 형태의 자살도 있다. 즉 자신이 추구하는 뜻이나 이념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림으로써 자신의 의사표시를 가장 강렬하게 나타내는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이다

약 100년 전 왕의 시종무관장인 민영환은 을사조약이 체결되어 나라를 일본에게 빼앗기는 형세에 이르자 조병세와 함께 조약의 폐기를 상소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1905년 11월 4일 새벽 국민과 각국 공사에게 고하는 유서를 남기고 단도로 자살하였다. 을사조약의 반대와 대한제국의 독립성을 지키고자 자살한 것이다

1970년 11월 13일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앞에서는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바꾼 사건이 일어났다. 평화시장 피복공장의 재단사이자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던 22살의 전태일이 온 몸에 휘발유를 붓고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고 외치며 평화시장 앞을 달리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말을 남기고 자살을 하였다. 당시 열약한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해 자살한 것이다.

우리는 민영환 열사와 전태일 열사의 죽음에 대해서 그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추모 한다. 하지만 그들이 선택한 자살이라는 수단을 기리거나 추모하는 것을 아닐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자살은 그 어떤 논리나 이념으로도 정당화 되거나 미화 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럼 삶 자체가 죽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경우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이런 경우도 자살이라는 수단은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은 우리 목숨을 스스로 끊을 수 있는 권리가 없기 때문이며 절망은 언제든지 희망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그래도 삶이 인위적인 자살보다 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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