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배 본지 칼럼위원

일본은 평균수명이 82세를 넘고, 65세 이상 노령 층이 전체 인구의 23% 안팎으로 세계 1위 장수(長壽)의 나라이다.

어떻게 해서 일본은 오래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까. 흔히 사람들은 일본의 음식문화 때문일 것이라 하는데, 그래서 스시(생선초밥)를 비롯한 그들의 음식들이 외국인들에게 유명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은 일찍이 고령사회가 되어 노인복지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 다음 세대에게는 무거운 짐이 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하다. 초 고령사회는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낮은 출산(出産)과 빠른 고령화현상으로 초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어 일본의 예가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2010년 7월 20일자 산케이뉴스에 의하면, 111세 남성의 사체(死體)가 집에서 미라로 발견되어 세상을 놀라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사체의 주인공은 전국의 장수 상위로 되어 있던 도쿄도(東京都)의 카토 소겐(加藤宗現·남자) 씨로, 그는 약 30년 전에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년 5월에는 그곳 쵸(우리나라의 읍 정도에 해당하는 기초 자치단체) 의회에서 장수노인 축하잔치를 베풀기 위해 카토 씨 댁의 딸에게 명부를 확인했으나 "틀림없다."고 해서 생존해 있는 것으로 인정됐다고 한다.

또한 지난 8월 1일자 보도에서는 도(都) 내의 최고령자로 알려져 있는 113세의 여성마저 주소불명으로 알려져, '이름뿐인 고령자'가 여기저기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한편 도쿄경찰은 가토 씨 부인(2004년 8월 사망)과 자녀들이 가토 씨를 살아있는 것처럼 꾸며 연금을 부정 수급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80세 이상 고령자의 노인복지 연금이 우리 돈으로 월 3,4백만이 되므로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어느 일본인 지인이 필자에게 귀띔해주었다.

일본 법무성이 100세 이상 초 고령자의 사망 사실을 은폐하고 연금을 챙겨온 경우가 발각되자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초 고령자의 주민대장과 호적을 조사한 결과 120세 이상 7만7118명이 호적상 생존해 있었고, 그 중 150세 이상이 884명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가토 사건 외에도 여러 곳에서 유사한 사례들이 발견되어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일본정부가 고령자에 대한 집중조사를 벌인 결과 2009년 9월 현재 100세 이상 노인으로 등록된 4만399명 중 52명은 이미 생존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이번 사건으로 각 자치단체가 조사를 한다면 평균 연령이 내려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100살 이상의 노인들의 사진을 찍으러 집들을 돌았다가 가족들에게 거절당했거나 본인이 살고 있지 않는 사례가 매우 많았다고 하는 증언도 있다.

또한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일본에서 주소지가 파악되지 않고 호적상으로만 생존해 있는 것으로 돼 있는 100세 이상 행방불명자가 23만453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도 있었다.

마침 지난달 하순 후생노동성은 2009년의 일본사람 평균수명을 발표했는데. 남성은 79.59세 여성은 86.44세로서 여성은 25년 연속 세계 1위이고 남성도 5위로 상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현재까지 장수의 나라로 알려져 있으나 이런 '가공(架空)'의 노령자를 제하고 계산을 다시 하면 정확한 평균수명은 훨씬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오래 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런 욕구가 오늘날 의술(醫術)의 발달로 실현되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허나 만일 일본과 같이 관리 잘못으로 사회에 폐만 끼치고 후손들에게는 짐만 남기게 된다면, 행여 다시 고려장 시대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모름지기 오늘에 사는 우리가 고령사회에 적절한 대책을 세우고 문제점을 철저히 관리함으로써 늙은 세대와 젊은 세대가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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