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거제중앙고 교사

백인백색, 각인각색(百人百色, 各人各色)이라고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나는 매 해 300명 이상의 새로운 얼굴과 안면을 터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각 사람의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아이들의 내면세계를 관찰할 기회를 가지고 있다.

가끔씩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의 내면세계를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절로 날 때가 있다. 태어났을 때 그렇게 순수하고 맑았던 아이들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를 생각해볼 때 키우고 보살펴왔던 부모들의 양육태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를 망치는 첫 번째 방법은 방치다. 얼마 전 한 젊은 부부가 어린 아이를 방치하고 컴퓨터 게임에 미쳐 어린 아기는 굶어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방치는 '잘 대해주지 못 함'으로써만 야기되는 무엇이 아니다. 방치란 아이가 받아야 할 적절한 관심과 사랑을 주지 않고 동물처럼 먹을 것, 입을 것만 챙겨서 저가 알아서 학교 다니겠지 하고 내버려 두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이 아이는 제대로 된 어떤 도덕적, 윤리적인 가치관을 부모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그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생각대로 아무렇게나 살아간다.

현대의 많은 부모들이 맞벌이하느라 바빠서, 혹은 어떻게 대화하고 양육하는지를 몰라 아이들은 수많은 유혹에 노출된 채 자란다. 어머니는 직장 생활하느라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들어준다.

이렇게 물질로는 풍족함을 누리나 심리적으로 방치되어 자란 아이들은 심리학자인 W. 휴. 미실다인 박사의 책 '몸에 밴 어린 시절'에서 말한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친근감을 느끼는데나 집단에 소속되는데 어려움을 겪고, 고독과 불안으로 심한 고통을 받으며, 부모가 보기에는 별 문제없어 보이나 사회에 나가서는 말썽을 부리고 법에 저촉되는 행동을 하거나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학교에서 볼 때 부모에 의해 방치된 학생은, 학생의 기질이나 성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로 하지만, 대체로 친구들이나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누구도 그를 통제하거나 잘못을 지적하거나 훈계를 제대로 받은 적이 없으므로 교사의 지시나 훈계도 무시하고 반항한다. 자라면서 그 누구도 도덕적, 감정적인 '가지치기'를 해 준 적이 없으므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고 그냥 성질을 있는 대로 부리며 학교에서 난동을 피운다. 아주 전형적인 정서적 방치의 예를 가끔씩 학교에서 본다.

어렸을 적부터 정서적으로 방치된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불만이 내재되어 다른 사람들로부터 잔소리를 듣거나 간섭 받기를 싫어한다. 매사에 부정적이며 칭찬보다는 다른 사람에 대한 비난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를 방치하도록 자신의 삶을 그렇게 몰아간다. 사람들이 자기를 방치하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말썽을 피우고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다.

그러므로 그 아이는 귀신같이 자기의 어린 시절에 몸에 밴 그 '방치'를 실행함으로 그의 자아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 내심 편안함을 느끼고, 반면에 또 깊은 관심과 사랑을 갈망하고 있는 아이의 이성은 말썽을 피워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방치하게 한 자아를 미워한다. 이렇게 악순환이 계속 되면서 그의 삶은 망쳐져 가는 것이다.

자녀를 깊은 관심으로 대화하고 보살피라. 밥 주고, 옷 주고, 재워서 학교 보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당신이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대하듯 성심을 다하여 대화를 터고, 한번으로 안 되면 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자녀와 대화를 해보라. 자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고 세상에 나를 끔찍이도 사랑하는 부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라. 아이를 이 악한 세상에 혼자 버려두지 마라. 

꽃밭을 망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다. 당신의 자녀를 망치고 싶으면 그냥 내버려 두라. 그러면 일 년 안에 당신의 자녀는 잡초가 무성해진 꽃밭처럼 망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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