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바에야 ‘비공개’ 왜 고집했나.. 내정 의혹설 더욱 확산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최종 후보 2명의 명단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문화예술단체 등의 신상공개 요구에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시 입장과 달리 면접심사 이후 최종 후보자 2명을 가려낸 직후 ‘유출’된 것이기에 논란이 된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10명의 후보자들에 대한 면접 심사가 있은 지난 27일 늦은 오후와 다음날 오전 지역 인터넷 매체에서 압축된 최종 후보 2명이 공개됐다. 시의 비공개 입장을 무색케하며 누군지 모르지만 한방 날린셈이다.

압축후보는 김호일씨와 홍찬욱씨다. 이 중 김호일씨(랜드마크엔터네인먼트그룹 아시아 부회장)는 권민호 현 시장 당선 이후 ‘시장직 인수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인사로 낙점설이 나돌았던 인물이어서 이번 관장 공모의 의혹과 불신은 당분간 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런 낙점설이나 의혹보다 후보 명단이 유출되었다는 점에 있다. 유출 경위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비공개’ 원칙을 세웠던 거제시가 할 말이 없게됐다.

그러나 서약서까지 작성하고 면접에 임했던 심사위원들도 이번 유출 사건과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거제시는 “최종 후보 2명의 명단이 유출된 줄 몰랐다. 심사위원들도 서약서까지 쓰고 신중하게 심사에 임했다. 당황스럽다”고 밝히고는 있다. 이런식이라면 앞으로 시의 정책이나 방침, 원칙을 시민들이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심사위원들이 흘린것인지, 시 관계자가 의도적으로 흘린 것인지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시의 많은 사안에 예기치 못한 악영향을 미칠게 뻔하다.

면접심사에 임했던 위원은 옥영문 시의원, 옥영윤 거제시 주민생활지원국장, 박영숙 예총거제지부장, 곽정석 경남문화예술회관 관장, 박경삼 광운대 교수 등 5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5명의 심사원위원들은 심사에 앞서 '논의사항 일체에 대해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 서약서에  서명했다.. 시는 이 서약서의 존재는 인정하면서 서약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렇게 된 이상 거제시는 더 이상의 ‘비공개’를 고집할 이유도 명분도 없게 됐다. 자업자득이다. 김호일씨와 홍찬욱씨를 포함 10명의 후보자들에 대한 낱낱을 공개하는게 맞다. 사람들은 ‘누구 누구다’‘뭐다뭐다’라고 쑥덕거리는데 거제시만 “우리는 공개 안했다”며 자족하고 있을텐가?

뭐했던 사람이고 어디에 살고 있고, 관장으로서의 능력을 가늠케 하는 주요 경력은 어떤 것이 있고, 응모취지는 또 어떻고... 이 마당에 공개 못할 이유가 뭔가? 시장 측근 내정설을 자인하는 꼴 밖에 더 되겠는가?

또 한가지 만약 이번 명단공개가 심사위원들을 통해 유출됐다면 이들에 대한 책임도 물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시는 모든 행정절차에서 ‘비공개’란 말을 잊어버려야 할 것이다.
시가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것과 이런식으로 유출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시에 대한 의혹과 불신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처음부터 후보자의 신상공개를 요구해 왔다. 시민들의 여론 검증을 통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 관장으로 임명되는 것을 바랬기 때문이다.

수백억원의 ‘시민 혈세’가 들어갔고 또 매년 수 십 억원이 들어가는 문화예술회관이다. 후보자의 사전 공개는 개인 신상피해가 우려된다는 거제시의 입장은 ‘기우’다. 자칫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가 되면서 권민호 시정의 발목을 두고두고 잡게 되는 화가 되지않을까도 솔직히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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