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Culture)는 문화를 뜻하는 영어단어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땅을 비옥하게 하는 작업'을 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보통 '정신을 비옥하게 하는 작업'으로 그 의미가 확대됐다.

19세기 이전까지 문화는 소위 있는 사람들의 것으로 개개인의 교양의 영역에 가까웠다. 문학, 연극, 미술, 음악, 무용과 같은 문화예술에 대해 '아는 만큼 보고 느낄 수 있다' 는 식의  다소 오만한 우월감도 팽배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문화는 더 이상 개인의 교양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보건 기능과 시장을 개척하는 경제영역까지 포함하고 있다.

더욱이 창의력과 상상력 개발을 위한 최선의 방법인 문화예술은 상상이 곧 현실이 되는 21세기 첨단정보과학시대에 가장 중요한 국가 경쟁력의 열쇠로 평가된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예술이 공공재로 취급받는 이유다.

이 같은 문화예술 가운데에서도 연극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문학과 미술, 음악, 무용, 연기 등이 망라되는 종합예술이 연극이다.

그렇지만 국내 연극계의 현실은 늘 초라했다. 경제적 이유로 극단과 배우, 스태프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야 했다. 스포트라이트는 받는 배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연극무대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연극의 황무지'라고 불리는 거제지역도 마찬가지다. 지역 유일의 연극단체인 극단 '예도'는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20여년 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시민들의 관심 밖에서 변변한 연습실 하나 없이, 단원들의 뜨거운 열정만으로 지난날을 버텨왔다.

인고의 세월은 이들에게 전국연극제 대상, 문화예술단체 우수상 등의 영예를 안겨줬다. 또 전국연극제를 거제에 유치해 성공을 거두는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 랄까. 극단 '예도'의 산 증인인 연극협회 거제지부장 이모씨가 업무상 횡령 및 보조금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달 23일 검찰에 구속됐다.

2007년 전국연극제와 2008년 전국희극제를 주관하면서 시비 등의 보조금을 지원받았지만 자부담이 부족하자 편법을 이용해 지원금을 집행했다는 것이 주된 사유다. 

이유야 어떻든 잘못을 저질렀다면 응당의 처분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씨를 향한 무조건적인 돌팔매질만이 능사일지는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말처럼 막대한 액수의 보조금에 순간 마음이 흔들렸을 수도 있다. 어려운 경제적 여건이 이를 더욱 부채질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열정을 불사르며 문화예술계에 헌신한 그를 지금까지 시민은, 혹은 행정은 어떠한 눈으로 지켜봐왔는지 한번쯤은 되돌아볼 일이다.

몇 달 동안 밤을 세우며 무대에 올린 연극. 그 무대를 찾아 티켓을 구입하고 배우들의 연기에 진심어린 박수를 쳐줬던 시민들이 그동안 과연 얼마나 됐을까? 문화예술단체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행정이 문화도시 창조라는 허울 좋은 명분에만 안주해 오지 않았는지 되짚어 봐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