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치핵'…장시간 앉아 일하거나 만성 변비 등 원인

항문 출혈 때는 정확한 진찰 꼭 받아봐야…섬유질 섭취 늘리고 물 2ℓ 이상 마셔야

▲ 박기재 동아대병원 외과교수
항문관 내에는 치핵 쿠션(cushion)이라고 하는 혈관과 연조직으로 구성된 부분이 정상적으로 있는데, 이 쿠션은 항문 폐쇄와 항문관의 손상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쿠션 조직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비정상적 확장 혹은 이완된 것을 치핵이라고 한다. 이런 치핵의 빈도는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미국의 경우 인구의 4.4%가 치핵 증상을 가진다고 보고하지만, 국내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치핵의 발생 원인이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해부학적 이상, 과도한 음주, 저섬유질 섭취, 직업적으로 장기간 앉아서 일을 한다든지, 서서 작업하는 시간이 길어질 때, 만성 변비, 잘못된 배변습관, 임신, 복강내 종양 등이 가능한 원인들로 거론된다. 가족력을 보일 수도 있어서 부모가 치질을 앓은 경험이 있을 때 자녀도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가장 많은 증상은 출혈이다. 그러나 치핵의 발생 부위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내치핵의 경우 출혈과 탈홍이 주증상이지만, 탈홍된 부분이 환원되지 않거나, 혈전이 형성된 경우는 통증이 수반될 수 있고, 분비물의 누출 혹은 변실금도 유발 할 수 있다.

출혈의 경우 치핵이 계속 진행할 경우 주사기로 뿌리는 것처럼 선홍색으로 다량 하혈할 수 있고, 빈혈을 유발할 수 있다. 외치핵의 경우는 통증과 췌피(피부 꼬리)를 보일 수 있는데, 혈전이 발생한 경우 급작스런 항문통을 호소한다.

흔히 말하는 치핵의 단계는 내치핵의 경우인데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1기의 경우는 출혈 등의 증상은 있지만 배변 후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는 덩어리가 없는 경우이고, 2기는 배변 후 덩어리가 빠져나오지만 저절로 들어가는 경우이고, 3기는 배변하면서 빠져나온 덩어리가 저절로 들어가지 않고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 경우이고, 4기는 덩어리가 항상 밖으로 나와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치핵이 오래된 경우는 내치핵과 외치핵이 혼재하는 혼합형 치핵으로 나타난다.

진단은 상기의 증상과 의사의 진찰 소견으로 가능하지만, 중요한 점은 항문 출혈이 치핵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장암의 경우에도 역시 출혈이 첫 증상일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진찰과 필요할 경우 내시경 검사 등이 필요하고, 50세 이상의 경우는 더욱 더 세심한 검사가 필요하다.

치핵이 암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치핵 환자의 일부에서 대장암이 발견되므로 항문 출혈이 있다면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치핵의 치료는 보존적 요법과 수술적 요법으로 대별된다. 보존적 요법으로는 변완화제, 식이요법 (고섬유질 섭취, 다량의 수분 섭취), 배변습관 교정 및 좌욕들이 있는데, 이들 요법은 1기, 2기, 3기 일부의 환자들에서 시도해 볼 수 있다. 수술적 요법은 통증이 심하다든지, 보존적 요법으로 증상의 완화가 되지 않든지, 동반된 항문 질환이 있는 경우, 3기 이상의 내치핵과 외치핵의 경우에 고려한다.

그러나, 전 환자에서 동일한 적용을 할 수 없고, 환자의 여건과 시술자의 선호도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다. 경화요법, 동결요법 , 적외선 응고법, 고무 밴드 결찰법, 그리고 치핵절제술등이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치핵절제술이고, 현재까지의 임상 결과들에 의하면 근치율이 가장 높은 방법으로 보고 된다. 최근에는 원형 자동 문합기를 이용한 치핵절제술도 많이 시도되고 있는데, 이 방법은 치핵 절제를 하지만 통증이 매우 적어서 수술 후 환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치핵은 예방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적당한 운동과 규칙적인 배변을 시도하고, 화장실에 책을 들고 가지 않고, 섬유질 섭취를 늘리고, 물을 하루 2리터 이상 마시고, 항문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관리법은 치핵으로 수술한 환자에서도 재발 방지에 중요하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