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운 칼럼위원

윤병운 거제시 농업경영인 연합회장
일찌감치 저녁을 든든하게 먹어두었다. 2002년의 어느 날 저녁처럼….

벅찬 감동의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는 묘한 기다림과 함께  6월 17일 밤 8시 30분 삼성조선소에서 승리를 염원하는 폭죽소리와 함께 우승후보 0순위 남미대륙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16강을 향한 티켓을 놓고 한판 승부가 펼쳐졌다.

며칠 전 우리의 붉은 전사들이 그리스를 2-0으로 격파했기에 국민들의 기대 심리는 폭등했으며 전국의 250만 명의 인파가 거리응원전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메스컴에서는 연일 경기 안내에 열을 올렸다.

전반전 이청용 선수의 발에서 시작된 공이 상대팀의 골문을 가르고 그물망에 힘차게 꽂힐 때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들은 승리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후반전 들어서면서 우리 선수들의 움직임도 다소 활기를 되찾았으나 옆에서 함께 시청하는 축구 평론가(?)의 예상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4-1 다소 부끄러운 점수차로 우리는 패배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 안 라디오에서는 16강으로의 꿈은 계속된다며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일정 안내 멘트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자면 16강은 더 이상 우리의 꿈은 아니다. 이미 8년 전 히딩크가  축구국가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기 이전까지는 꿈이었을망정 우리는 이미 4강의 문턱까지 밟지 않았는가? 이젠 16강이 아니라 우승의 꿈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

이쯤에서 나는 월드컵 우승을 위한 준비상태를 점검해 본다. 경기장 안팎에서 우리의 준비상태는 거의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히딩크의 황태자 근면성실의 대명사 박지성을 비롯하여 세계 유명구단으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은 다수의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관중석에서는 엇박자로 구성된 대~한민국과 함께 붉은악마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지 않는가.

또한 과학적 훈련을 통한 조직적 게임이기에 국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데 대한민국도 이미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있지 않는가. 국민적 관심사 또한 말할 것도 없으며 국민 정서 또한 우리에겐 흥이라는 게 있다.

단순한 둥근 공 하나를 두고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것은 축구 경기에서 느끼는 야생성 때문이라고 한다. 원시 사회에서 공룡과 더불어 시작된 우리 인류는 거친 벌판을 누비며 생존에 성공했고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오늘의 인류 문화를 형성했다.

단순한 둥근 공 하나를 사이에 두고 푸른 그라운드를 달리는 느낌이 인류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야생성과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합하는 것이 우리의 국민정서 속의 흥이라는 게 아닐까.

이제 남은 것은 지도자의 역할이다. 서양에서는 리더라 하고 동양에서는 군자라고 표현했다. 군자란 조직원 개개인의 장점을 발견하여 그 장점을 스스로 극대화할 수 있게 해주며 또한 단점은 최대한으로 줄여 결국은 소멸하게 하는 사람이라 하였다.

지역을 넘어 학연을 넘어 선수의 선발 기용에서부터 관리운영을 투명하게 하고 파란 운동장에 공 하나 주면 미친듯이 달릴 수 있게 그래서 스스로의 장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게 하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군자만 있다면 우승컵을 거머쥘 날도 멀지 않았으리라.

최근에 우리는 6·2지방선거를 통해 우리의 지도자를 선택했다. 그 선택된 지도자들 또한 군자와 같은 리더로서 선정을 베풀어 주길 소망한다. 각자 개인의 생업에서 미친듯이 일할 수 있게 말이다.

생즉시사 사즉시생(生則是死 死則是生)이라 했던가. 정치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타협하지 말고 시민들을 위해 죽을 각오로 일한다면 결국에는 살아남으리라. 초심을 잃지 말아주길 바란다.

그래서 가까운 시간 안에 전 국민이 함께 월드컵 우승컵, 그 금잔에 한민족 대화합의 축배를 들 수 있기를, 안정환 선수의 멋진 헤딩골과  박지성 선수의 멋진 발리 슛을 안주 삼아 말이다.         <거제시 농업경영인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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