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사회에서는 일할 때와 쉴 때가 분명했다. 한식(寒食)부터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어 모내기를 하고 나면 여유가 생긴다. 이때 단오라는 명절을 두어 먹고 즐기면서 노동의 고단함을 잊게 된다.

그런 후 한 여름을 농사에 시달리던 피로는 백중(伯仲) 때 씻어내고, 백중이 지나면 일년 중 가장 바쁜 가을걷이가 시작된다. 가을걷이 후에는 한가위(秋夕)가 일년 농사의 대단원을 이룬다. 설, 한식, 단오, 추석이라는 4대 명절을 황금분할로 적당하게 배치하여 힘든 농사일을 능률적으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조상들의 슬기에 감탄할 뿐이다.

고려가요 동동(動動)의 가사 중에 《五月(오월) 五日(오일)애, 아으 수릿날 아참 藥(약)은 즈믄 핼 長存(장존)하샬 藥이라 받잡노이다.》라고 했다. 5월 5일 단오날 아침 약은 천년을 오래 사실 약이기에 바친다는 뜻인데 '수릿날'이 곧 단오다.

'수리'는 참나무과의 큰 나무는 상수리나무, 새 중에 왕은 독수리, 우리 몸의 가장 꼭대기가 정수리이듯 상(上) ·고(高) ·신(神) 등을 의미하므로 수릿날은 신일(神日) ·상일(上日)이란 뜻이 된다. 이 수릿날이 중국식의 단오로 바뀌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등록되어 있는 강릉단오제가 200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재로 등록되자 중국에서는 본래 단오절의 원류는 중국인데 한국이 자기 문화를 빼앗아 간다고 이의를 걸고 나섰다.

중국 전국시대 초(楚)나라 경양왕 때 시인인 굴원(屈原)이 멱라수에 몸을 던져 죽었다는 '굴원고사설(屈原故事說)'을 내세우지만 그건 중국의 고사일 뿐이다. 우리는 고대 마한의 습속으로 파종이 끝난 5월에 군중이 모여 신(神)에게 제사하고 가무와 음주로 밤낮을 쉬지 않고 놀았다는 기록이 위지(魏志)에 남아 전하고 있다.

우리의 명절 '단오'를 '수릿날'로 부르는 것이 중국 단오와 구별하는 마땅한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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