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배 본지 칼럼위원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가정과 관계되는 날들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가정이 삭막해지고 가족의 정이 메말라가는 이때 가정과 관계있는 중요한 날들을 되새겨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5월5일은 '어린이 날'이다. 어린이들이 올바르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도록 하고, 어린이에 대한 애호사상을 앙양하기 위해 지정한 기념일이다.

1923년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하였다가, 1961년에 제정, 공포된 '아동복지법'에서 '어린이날'을 5월 5일로 하였고, 1975년부터는 공휴일로 제정되었다.

5월8일은 '어버이 날'이다.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범국민적 기념일이다.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하였다가 '아버지의 날'이 거론되어 1973년에 제정, 공포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 '어버이날'로 변경, 지정되었다.

5월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교권존중과 스승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여 교원의 사기진작과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지정된 날이다.

1963년 5월 26일에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J.R.C.)에서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고 사은행사(謝恩行事)를 해오다가 1965년부터는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15일로 변경하여 행사를 실시해오던 중 1973년 정부의 서정쇄신방침에 따라 폐지되었다가 1982년 다시 부활되었다. '스승의 날'이 가정과 관계가 깊은 것은 교육을 통하여 가정생활의 근간이 되는 인륜의 도리와 지혜를 배우기 때문이다. 

5월 세 번째 월요일은 '성년(成年)의 날'이다.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주며,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해 지정된 기념일이다.

한때 4월 20일에 '성년의 날' 기념행사를 해오다가 1985년부터 5월 셋째 월요일로 바뀌었다. 올해는 5월 17일이 '성년의 날'이었다.

5월21일은 '부부(夫婦)의 날'이었다.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가자는 취지로 제정된 기념일이다.

2003년 12월 18일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가 제출한 '부부의 날 국가 기념일 제정을 위한 청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결의되면서 2007년에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고, 날짜는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으로 5월 21일로 정했다고 한다.

'가정의 날'들은 모두가 '인간의 도리'와 '가족의 사랑'을 고양(高揚)하고자 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러나 '어린이 날'이 있어도 맞벌이로 어린이들이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없는 현실이고, '어버이 날'이 있어도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은 부모들이 많으며, 스승의 날은 교문을 걸어 닫아야 할 만큼 본뜻이 퇴색돼가고 있으며, '성년의 날'에 성년이 되는 젊은이들이 일자리 걱정부터 앞서는 날이 되었고, '부부의 날'이 있어도 이혼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미국의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James Earl Carter Jr)는 대통령에 당선 된 후 백악관에서 근무할 직원 선정이 끝났을 때 "가정생활을 충실히 하십시오. 아내와, 남편, 아이들과 되도록 많은 시간을 갖도록 전력을 다 하십시오. 그대의 가정이 행복해야 백악관 일도, 나라의 일도 잘 될 것입니다."라고 친필로 편지를 써 보냈다고 한다. 가족의 사랑을 중시한 인상 깊은 얘기이다.

'가족의 사랑'은 암 극복에도 약보다 더 도움이 되는 힘이 있다고 한다. 5월을 단순히 가정의 달로서 행사만 치르고 지나갈 것이 아니라, 신록(新綠)이 짙고 꽃들이 다투어 피는, 만물이 소생하는 싱그러운 5월에, '가족사랑'의 꽃이 활짝 피어 화목한 가정, 인정미 철철 넘치는 가정을 이뤄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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