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심한 낙상으로 온 몸에 상처를 입고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 구해 온 약은 똥 묻은 대나무통이었다. 재래식 변소에 굵은 대나무 통을 넣어두고 일년쯤 지나면 대나무 마디 속에 노란 물이 고이는데 그 물이 어혈, 타박상, 골절에 특효라는 것이다. 대의 세포가 똥독을 걸러낸 탓인지 냄새도 별로 나지 않았다. 아버지께서는 그 물을 드시고 나았다고 나는 지금도 믿고 있다.

당(唐)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대나무의 4덕으로, 뿌리가 단단하니(固) 흔들리지 않고, 줄기는 곧으니(直) 기울지 않고, 속은 비어(空) 있으니 욕심이 없고, 마디(節)가 있어 분수를 아니 과히 군자의 품성이라 했다.

전설의 길조 봉황(鳳凰)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을 틀지 않고, 죽실(竹實)이 아니면 먹지 않고 황하(黃河)의 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고 했으니 대나무는 상서로운 나무임에는 틀림이 없다.

대의 종류로는 왕대, 솜대, 오죽, 이대, 조릿대, 맹종죽 등이 있다. 가장 흔한 것이 왕대로 마디 사이가 길고 마디의 테가 두 개며 탄력성이 좋아 가공하기에 알맞다. 솜대는 담죽(淡竹)으로 마디가 짧고 줄기가 가늘어 광주리나 바구니, 부챗살로 많이 쓰인다. 오죽(烏竹)은 줄기가 검은 대를 말하고, 이대는 시누대(失竹)로 붓, 화살, 담뱃대로 쓰이고, 조리를 만드는 조릿대는 산죽(山竹)이다.

맹종죽(孟宗竹)은 효자 맹종(孟宗)의 전설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하청출신 신용우(辛容禹) 선생이 1926년 일본 산업시찰을 갔다 오면서 세 그루를 들여와 심었는데 그 중 두 그루가 살아 퍼졌다. 한 때는 하청이 전국 생산량의 95%를 차지할 만큼 유명한 맹종죽 산지였다.

최근에는 이 대나무가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소나무의 4배, 바이오매스 생산량은 소나무의 2.5배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친환경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대나무의 새로운 발견이 거제 맹종죽 산업의 활로를 열어줄지도 모른다.(san10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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