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이 100세에 낳은 아들이 이삭이다. 어느 날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고 명령한다. 번제(燔祭)란 제물을 불로 태워서 드리는 제사를 뜻한다. 우리 고대 시가 구지가(龜旨歌)에서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 놓아라. 만약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의 '구워서 먹는다(燔灼而喫也)'는 번제와 같다.

인간제물의 기록은 또 있다. 구약 사사기(士師記)에 입다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기생의 자식이라 가문에서 쫓겨났지만 암몬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켰을 때 유대민의 장관이 된다. 그가 전장에 나가면서 여호와께 '내가 만일 암몬을 물리치고 돌아오게 되면 나를 영접하는 맨 처음 사람을 번제로 바치겠노라'고 서원한다.

그런데 정작 전쟁에 이기고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그를 맞이한 것은 그의 무남독녀였다. 이삭은 죽지 않았지만 입다의 딸은 남자를 알지 못하는 처녀의 몸으로 제물이 되고 만다.

여호와만 처녀제물을 좋아한 것이 아니고 옛 전설이나 민담에도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심청이 역시 당나라 상인들에게 쌀 3백 섬에 팔려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것도 처녀제물의 전형이다.

해마다 15세의 아리따운 처녀를 바치지 않으면 무시무시한 뱀이 심술을 부린다는 제주도 김녕굴 전설, 처녀가 키운 두꺼비가 지네와 싸워 처녀를 구해준다는 청원군  오창리 전설. 이무기를 달래기 위해 해마다 마을 처녀를 한 명씩 제물로 바친다는 백일홍 전설 등 처녀제물의 이야기는 지역마다 다 있을 정도다.

지난달에 인도의 한 힌두교 사원에서 사람을 제물로 바치기 위하여 토막 난 채 살해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살아 있는 사람을 돌칼로 가슴을 갈라 심장을 꺼내 제물로 바치던 13세기 멕시코의 아스텍문명이 현대판으로 되살아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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