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낡고 허물어진, 여기저기
크고 작게 못질을 한다
바르고 곧은 것들만 골라
모진 세상 사방에
자꾸 못질을 한다

나에게는 나의 운명이
못 뒤에는 몇 개의 못들이 박히고
상처 난 자리 떼우듯
군데군데 못질을 하노라면
무수히 박혀
되아무는 상처의 어디
지은 죄 얼굴 가리고 숨어 있다

목수(木手)여
생전(生前)에 박아 두었던
못 하나 빼어 들고
지은 죄, 지은 죄라며

우리의 죄 위에도 못질을 하라
불현듯 눈을 뜨고
마침내 십자가(十字架)를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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