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장목초등학교장…올해 32회 한국동시문학상 수상

1981년 동시 '천료'로 등단, 즐거움과 희열 때문에 작품 활동…생활 속 전부가 좋은 글감

"역사와 연륜을 지닌 권위 있는 한국동시문학상을 받게 돼 영광입니다. 앞으로 좀 더 깊이있는 아동문학작품을 쓰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후배들에게 문학 강의도 해보고 싶습니다."

올해로 32회째를 맞은 한국동시문학상을 수상한 윤일광 시인(장목초등학교장). 지난 1981년 동시 '천료'로 등단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윤 시인은 이후 한국시학협회 신인상, 동백문화예술상, 대한민국문학상, 효당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문학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그런 그이지만 이번 수상은 남다르다. 문학상 수상자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편중돼 있는 현실에서 지방의 문인이 한국동시문학상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지역의 큰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윤 시인은 "얼마 전 친구가 전화해 '이제 상은 그만 받아라'하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은 맞는 말"이라면서 "문단 경력 30년이 되면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에게는 생활 속 전부가 글감이라고 한다. 항상 메모할 준비가 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언제 어느 때고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을 꼼꼼히 적어둔다.

그는 "간혹 무얼 써야한다는 압박이나, 무얼 써야한다는 주제개념이 앞서면 작품이 되지 않는다"면서 "작품의 영감이란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샘물과 같아야지 억지로 구성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시인이 작품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즐거움 때문. 좋은 작품을 썼을 때 오는 희열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한다.

"제 시 가운데 '이슬'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아직도 그 시를 쓰고 난 뒤 느꼈던 강렬한 느낌을 잊을 수 없습니다. 가슴이 뛰면서 소주를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죠. 무릎을 치며 얼마나 흥분에 떨었는지 모릅니다."

아동문학과 작가로써의 삶에 대한 자신의 철학도 피력했다. 그는 '아동문학은 동심을 바탕에 둔 어른의 시'라고 규정했다.

"성인문학과 아동문학이라는 분류는 우리나라 문단의 특이한 현상 중의 하나입니다. 서양에서는 아동문학가라는 분류가 없고 그냥 문학 하는 사람의 작품이 있을 뿐입니다."

치열한 삶의 고뇌가 작가로써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그는 언어를 통해 사물을 상징화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라고 털어놨다.

"문학은 삶의 융해된 표현방법입니다. 꽃이 피는 것도 고민해야 하고 꽃이 지는 것도 고민하는 것이 시인입니다. 달이 밝으면 밝아서 고민하고, 달이 없는 밤이면 달이 없어 고민하는."

윤 시인은 현재 문단의 문제점과 후배들에 대한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요즘 잡지사마다 문인을 양산하다 보니 문제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천료하려면 비중 있는 문인들로부터 3회 추천을 받아야 했는데 지금은 신인상이라는 이름으로 1회 추천으로 끝이 나고 맙니다."

문인은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윤 시인은 작품이 시원찮을수록 더 문인행세의 폼 잡기를 좋아하는 작금의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운동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른 기본을 먼저 배우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문학도 이론적 바탕, 즉 공부하는 문인이어야만 생명력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등단은 이제 시작의 신호일 뿐이지 완성을 확인해 주는 절차가 아닙니다."

동시, 동화, 시조, 희곡을 비롯해서 여러 장르를 넘나들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윤 시인. 시를 쓰는 사람들은 생산해 내는 언어 자체가 항상 새롭고 신비롭기 때문에 그 정신이 젊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그는 그동안 쓴 작품 가운데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만 모아서 선집(選集)을 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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