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포 양지암공원, 다양한 꽃들 구경하고 가족 나들이도 하고 ‘일석이조’

▲ 지난해 능포 양지암축제.

주말·휴일이면 주중에 쌓인 피로도 풀 겸 늦잠도 자고, 괜히 빈둥거리기도 할 법한데 5살 난 조카 녀석 때문에 꿈 같은 일이 돼버렸다. 조카 녀석이 워낙 ‘바깥 나들이’를 좋아하는 까닭에 휴식은 엄두도 못낸다.

지난 휴일에도 역시나…. 우려는 현실이 돼버렸다. 할 수 없이 나들이 좋아하는 조카를 둔 형과 형수에게 잠깐 눈을 흘기고는 부랴부랴 피크닉용 짐을 꾸려 집을 나섰다.

날씨는 풀려 따뜻한 봄날이 찾아오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간간이 부는 바람이 심상찮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랴. 얇은 점퍼와 모자 등으로 무장(?)을 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능포로 향했다.

능포에 가족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 있다는 한 동료의 얘기를 듣고 찾은 곳은 양지암공원. 유난히 이상 한파가 몰아쳐 봄이 늦게 찾아온 탓에 아직 꽃들이 만발하지는 않았지만 탁 트인 바다도 보고, 색색이 꽃들과 인사도 하고, 기묘한 각종 조각들도 어루만져보는 기분은 기대 이상이었다.

▲ 지난해 능포 양지암축제.

한창 만개했던 벚꽃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저버렸지만,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듯 다른 꽃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조금 세다고 느껴지는 바람도 분위기 탓인지 살랑살랑 봄바람으로 다가온다.

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조카 녀석이 마구 달리기 시작한다. 장미공원에는 아직 이른 탓인지 화려함을 예상하던 것과는 달리 조금 한적하다. 5월 말쯤이면 활짝 펴 아름다운 동산을 만들 것이라고 하니 이 기사를 보고 찾는 독자분들께는 유익한 정보가 될 듯 하다. (ㅠ.ㅠ)

장미공원의 아쉬움을 잠시 접어두고 조각공원으로 향하면 닫혔던 마음이 조금 풀린다. 잘 조성된 잔디밭 위에 다양한 조각들이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또 다른 ‘놀이공원’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조카 녀석은 조각이라는 조각은 모두 만져보고, 그 뒤를 따르는 형은 조카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발이 부르트게 쫓아다닌다.

▲ 지난해 능포 양지암축제.

하지만 기자의 눈에 가장 들어온 것은 화장실. 조카는 화장실을 보고 ‘우주 기지’란다. 화장실 앞에서 열리는 자동문에 잠시 당황하는 듯 하더니 이내 들락날락하면서 혼자 놀기에 바쁘다. (혹시 고장이라도 나면 어쩌려고…순간 걱정이 잠시 앞섰다.)

한켠에 마련된 정자에 앉아 가져온 먹거리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공원 곳곳을 돌아다녀본다. 다니다 힘들면 잘 깔린 잔디밭 아무데나 앉아 잠시 쉬고는 또 발걸음을 재촉하면 된다.

조각공원을 지나면 등대 전망대가 나오고 그 아래 갯바위에는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낚시를 좋아하는 형은 낚시 장비를 둘러메고 지나는 꾼들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 지난해 능포 양지암축제.

역시 아이들은 밖에서 가끔은 ‘방목’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새삼 느낀다. 따뜻한 햇살아래 신선한 바람을 쐬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재미나게 뛰어놀아야 ‘자연의 건강’이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벌써 고개를 떨군 노랑·빨강 튤립이 아쉽다. 아직은 연산홍과 철모르는 철쭉, 그리고 끈질기게 버티는 몇몇 수선화가 양지암을 지키고 있지만 곧 만개할 장미의 유혹을 기대하며 가족들과 양지암에서 반나절의 행복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5월 가정의 달, 휴식도 좋고 달콤한 낮잠도 좋지만 ‘5월의 여왕’ 장미의 부름을 받고 오늘 하루 정도는 가족들을 위해 양보해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