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7일 택시기사 김모씨에 대한 검찰 상고 기각

억울한 누명을 썼던 택시기사가 누명을 벗었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김황식 대법관)가 지난 2004년 하청면 실전리 강도살인 용의자 택시기사 김모씨(37)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 무죄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사형선고에서 무죄확정까지

용의자 김씨는 지난 2004년 8월8일 오전 6시20분께 하청면 실전매립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H모씨(여·39)의 강도살인 혐의로 같은 해 10월4일 구속됐다.

경찰과 검찰은 사건 발생 후 H씨의 손톱 등에 남은 혈흔을 채취, 유전자 감식을 벌여 김씨의 Y염색체 유전자형과 같음을 확인, 이를 증거로 김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 김씨가 빚을 갚기 위해 H씨를 죽이고 현금 40만원이 든 손가방을 훔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전문의견 진술청취보고서에 따라 ‘Y-STR(유전자형)' 13개가 같다고 지적, 이는 양자간 유전자형의 동일 확률이 99.8%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난 4월1일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서 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변론에 나선 진성진 변호사는 검찰이 유력한 증거로 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Y염색체 유전자 분석 결과가 공소사실의 유죄증거로 삼을 수 있는지가 이 사건의 최대 쟁점이라고 주장했다.

진 변호사는 또 “검찰이 낸 유전자 동일확률 99.8%는 역으로 양자간 유전자형이 동일하지 않을 확률 0.2%를 의미하게 한다"면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 이익으로 '열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억울한 사람을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형사소송법 이념"을 역설하며 곧바로 항소했다.

부산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지대운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27일 김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입증할 아무런 직접 증거가 없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 김씨를 석방했다.

재판장은 “숨진 피해자 H씨의 손톱에 묻은 남자의 혈흔 중 Y염색체 유전자형이 피고인 김씨의 침에서 검출된 것과 동일한 유전자형이라는 감정(국립과학수사연구소)만이 유일한 증거인데도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살인죄를 적용,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무죄 선고이유를 밝혔다.

부산고법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은 다시 상고했다. 그러나 7일 대법원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김씨의 무죄가 확정됐다.

#쟁점 및 판결 의미

김씨의 변호를 맡은 진성진 변호사는 “피해자의 손톱에 묻어 있던 남자혈흔의 Y염색체 유전자형(Y-STR)이 피고인의 것과 동일한 유전자형’이라는 국과수감정결과를 본건 공소사실의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있는지가 최대의 쟁점"이었다고 밝혔다.

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Y염색체 유전자 감식결과의 증명력의 한계를 정면으로 선언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형사소송법의 이념과 '피고인이 그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해야 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충실한 적합한 판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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