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경찰청 3월 포도왕 양송이 장승포 지구대 순경

"이렇게 씩씩한 여경은 보기 어려워요."
"힘도 얼마나 좋다고."

양송이(28·여) 순경을 인터뷰 하는 도중 옆을 지나던 동료들이 한 마디씩 거든다.

거제시 장승포 지구대 소속 여경이 3월의 포도왕으로 선발됐다는 소식을 듣고 장승포를 찾았다. 포도왕은 경남지방경찰청(청장 조만기)에서 올해부터 매월 절도범 검거실적이 우수한 경찰관 3명을 뽑아 포상하고 격려하기 위해 만든 상이다.

양송이 순경은 3월 한 달에만 13명의 절도범을 잡아 포도왕으로 선발됐다.

절도범을 잡았다고 해서 날카로운 이미지를 상상하며 긴장한 상태로 지구대에 들어섰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본 양 순경은 서글서글한 인상에 털털한 성격이 매력적인 이웃집 언니 같은 느낌이었다.

양 순경의 어릴 적 꿈은 현모양처였다고 한다. 자라면서 누구나 꿈이 변하듯 학생 땐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녀의 대학교 때 전공은 경찰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디자인이었다. 그러나 계속 그 꿈을 꾸기에는 잘하는 사람도 많고, 성공도 하긴 힘들겠다는 생각에 학교를 그만두고 경찰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고.

"투철한 국가관을 가지거나 이런 건 아니예요" 경찰이 된 이유를 묻자 웃음을 터트리며 답했다. 처음에는 안정된 직장을 원했고 털털하고 활달한 성격을 살리고 싶어서 시작하게 된 일이 경찰이라고 말했다. 질문한 기자가 머쓱하게 솔직한 대답을 들려줬다. 본인이 말했듯 정말 털털하고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인 듯 하다.

절도범들을 잡은 여경이라기에 어떤 운동을 잘하시냐고 물었다. "태권도가 3단인데 사실 운동을 잘한 건 아니었어요. 경찰시험을 준비하면서 태권도 2단을 땄고, 시험에 붙고 경찰학교에 있던 6개월간 1단을 더 딴 거예요" 예의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다.

여자라 경찰을 준비하는데 가족들의 걱정이나 반대가 없었는지 궁금했다. "그런 부분은 없었어요. 오빠도 직업 군인이고, 가족들도 그냥 알아서 잘 할 거라고 믿어주는 분위기죠. 저희 집이 좀 방목하는 분위기예요" 라며 웃는다.

여자가 경찰을 하는 것은 어떨까. 양 순경은 특별히 여자라서 힘든 점은 없다고 한다.

대신 지구대에서 일하면 밤에 술에 취한 분들을 많이 마주치는데 여자인 것만으로도 시비꺼리가 되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그게 그냥 남자면 지나칠 일을 여자라서 종종 겪게 될 때마다 동료들에게 피해가 되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또 그런 부분이 스트레스가 된다고 말했다.

"결혼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라는 기자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아니라고 손사레를 쳤다. 옆에서 듣고 계시던 동료들도 남자친구도 없는데 어디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냐며 껄껄 웃었다. 남자친구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상형을 물었다. "제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요"

외모 같은 부분은 특별히 바라는 부분이 없냐고 재차 물었더니 "제가 키가 167이예요. 그래서 키는 좀 컸으면 좋겠어요" 사람 만나는 것을 참 좋아한다는 그녀가 존경할 수 있는 분을 얼른 검거(?)하길 바란다. 참고로 사람을 참 좋아한다는 양 순경의 주량은 소주 2병이란다.

경찰이 된 지 이제 3년차에 접어든 양 순경은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하다고 말했다.

"보람되는 일이 많아요. 그래서 이 직업을 선택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사실 살면서 시간 내서 좋은 일 하기는 힘들잖아요. 그런데 이 일 자체가 좋은 일을 하는 거라 더 좋죠."

절도범을 잡았을 때 피해자들이 감사하다고 하시면서 좋아하시는 모습을 볼 때면 다시금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양 순경의 꿈을 물었다. "저는 열심히 해서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다만 여유롭게 제 할 일을 다 하며 살고 싶죠. 이번에 포도왕이 된 것도 좋은 팀을 만나 좋은 분위기에 일을 하다보니 가능했던 거예요"

양송이라는 본인의 이름 때문에 어릴 때부터 나쁜 짓도 할 수 없었다는 그녀.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이름 덕에 많은 사람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봉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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