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녹원 거제신문 이사

'그리스 로마신화'의 한 이야기를 소개할까 한다.

칼리돈이란 나라에 '알타이아'라는 왕비가 살았다. 왕비는 장차 왕이 될 첫 아이를 낳고, 아이의 이름을 '멜레아그로스'라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난로가에서 아이를 만지며 놀고 있는데, 운명의 여신이 나타나서 "이 아기는 난로의 장작이 다 타면 죽을 것이다"라고 하고 사라져 버렸다.

왕비는 급히 난로의 불을 끄고, 타다만 장작을 꺼내 상자에 넣어 보관해 뒀다. '멜레아그로스'는 아주 멋있게 자라 영웅이 되었다. 어느 날 아버지 '오이네우스' 왕이 실수로 신에게 제물을 바치지 않아 아르데미스 여신은 집채만한 멧돼지를 시켜 칼리돈 왕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게 했다.

이에 '멜레아그로스'는 여러 영웅을 불러 멧돼지 사냥을 주관했다. 사냥 중 여자 전사 '아탈란테'가 멧돼지의 목에 화살을 쏘고 '멜레아그로스'가 다시 목을 찔러 멧돼지를 잡을 수 있었다

 '멜레아그로스'는 감사의 표시로 멧돼지의 가죽을 벗겨 여자 전사 '아탈란테'에게 선물을 주려하자 그의 외삼촌 둘이 그 가죽을 낚아채며 영광스러운 물건을 여자에 빠져 주려한다며 그에게 무례하게 했다. '멜레아그로스'는 격분하여 두 외삼촌을 칼로 죽여버렸다.

이 소식을 들은 왕비 '알타이아'는 자신의 동생을 죽인 아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상자에 보관해 두었던 타다만 장작을 꺼내 난로에 던져버렸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던 '멜레아그로스'는 갑자기 두 손으로 가슴을 쥐어짜며 쓰러졌다. 그리고 난로의 불이 사그라지더니 그도 죽고 말았다.

아들 '멜레아그로스'가 죽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알타이아는 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후로 사람들은 '어떤 사람의 목숨이나 명예, 직업 등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일'을 <알타이아의 장작>이라 하게 되었다.

요즘 거제에 눈에 띄는 건물 외벽에는 아주 멋진 포즈로 대형 현수막이 붙어 있다. 거제를 장차 이끌어 갈 훌륭한 분들이다. 그 훌륭함의 선택은 유권자들이 하겠지만 각 후보들이 혹 '알타이아의 장작'을 어디 숨겨 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선거전이 본격화 되면 경쟁 후보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상대방이 꼭꼭 숨겨두고 싶은 비밀들을 털어놓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유권자는 그 '알타이아의 장작'의 진위를 확인하고 싶을 것이고, 이것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선거의 속성인 것을.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각 후보들이 '알타이아 왕비'처럼 공멸하는 비극을 부르는 실수가 없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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