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쟁이' 날씨 가족 나들이 시샘하지마

연분홍, 그 강하고 고운 유혹  '대금산'(장목면 대금리)

해발 437m의 그리 높지 않은 산, 8분 능선을 지나 정상까지 이어지는 10만㎡ 군락지에 연분홍 진달래 꽃길을 수 놓아 장관을 이루는 산, 바로 대금(大錦)산이다.

대금산은 진달래가 활짝 피면 온 산이 붉은 비단을 두른 듯 하다고 해서 그렇게 붙여진 이름이다. 짓궂은 날씨에 지난 주말 대금산 진달래 축제를 놓쳐다고 해도 아쉬울게 없다.

정상까지 오르는 내내 계속되는 연분홍 진달래의 화려한 군무에 비교적 순탄한 산세까지 더해져 발걸음은 마냥 가볍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부산·마산·진해 앞바다의 절경은 보너스.

날씨가 좋을 때는 멀리 대마도까지 보일 정도로 전망도 빼어나다. 완공을 목전에 두고 있는 거가대교의 모습도 덤. 가는 길에 진달래 꽃잎 따다 화전이라도 부쳐 먹어볼까?


마음을 들여다보는 또 다른 마음 '지심도'(일운면 지세포리)

지난해 KBS2 TV '해피 선데이-1박2일' 촬영 후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는 지심도, 일명 동백섬이라고도 한다. 지심도(只心島)의 이름처럼 '오로지 마음 하나' 뿐인 섬.

원시림에 가까운 동백숲을 품고 있는 지심도의 마음은 이름에 숨은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이었던 간에 넓은 마음이었으리라. 한적하고 여유로우면서도 너그럽기까지 한….

낮에도 어둑어둑한 동백나무 터널은 꽃잎이 져 떨어져도 그 아름다움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동백이 지는 아쉬움도 쉬이 잊힌다. 산책로를 걷는 유쾌함에 그 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모습에는 미소도 그려진다.

까마득한 해안절벽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지심도가 전하는 더 넓은 '자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무수한 마음이 그려지는 신비로운 섬이다.


언덕 너머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  '공곶이'(일운면 예구리)

가는 길이 재밌다. 고즈넉한 언덕길을 따라 걷다 지칠 때 쯤이면 언덕 정상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바로 아래 널려있는 무덤들을 바라보기도 잠시, 곧바로 환상의 동백터널을 만나게 된다.

이게 어디로 가는 길이람? '미지의 세계'를 향하는 200m 가량 되는 터널에 들어서면 어느새 현실에서 벗어난 나를 바라보게 된다.

그것도 잠시. 터널 끝자락에 서면 들려오는 파도의 하모니에 몸을 맡긴다. 터널을 벗어나자마자 노란 수선화 '합창단'과 야자수를 닮은 종려나무 '악단'에 또 정신을 빼앗기고, 이어 드넓게 펼쳐진 몽돌해변에 마음마저 놓아버린다.

찌든 일상에서 탈출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화려한 풍광에 하루를 담보해도 괜찮을 것 같다. 한마디로 이상한 나라로의 외출.


봄이면 더 화려한 숲 속의 나라  '외도'(일운면 와현리)


봄이면 빼놓을 수 없는 섬, 외도. 동백림과 아열대식물인 선인장·코코아 야자·종려나무 등 3,000여 종의 수목이 어우러진 식물원 보타니아.

깨끗하고 푸른 바다와 화려한 풍광까지 더해지면서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빨간 기와로 지어진 아치 정문을 지나면 지는게 아쉬워 마지막 화려함을 뽐내는 동백을 비롯해 아열대식물들이 나란히 카 퍼레이드를 한다.

베르사유 궁전 정원을 축소해 놓은 비너스 가든과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금강은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배멀미를 감수한다면 어느새 숲 속의 왕자·공주로 변해있는 나를 만날 수 있다.

외도의 봄꽃이 특히 장관이다. '봄 도다리'처럼 '봄 외도'다. 따사한 봄날, 봄 꽃 향기 가득한 외도로 가는 배에 몸을 실어도 좋을 듯 하다.


눈이 즐겁고 마음이 상쾌한 만화경 '해금강'일대(남부면 갈곶리)

거제의 봄은 해금강 일대에 가장 먼저 찾아온다. 도장포 입구에서 왼쪽으로 틀어 '바람의 언덕'에 먼저 올라보자. 목조 계단을 올라 풍차 조형물을 등지고 야트막한 언덕에 서서 먼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반대편 신선대로 향한다. 기이한 형상의 거대한 바위에 앉아 신선놀음도 해보고, 언덕에 아로새겨진 샛노란 연두빛 유채의 향연에 잠시 마음을 맡겨놓아도 좋다.

다시 이어진 길을 따라 육지 끝까지 발길을 멈추지 않기를 잠시, 더는 설명도 필요 없는 해금강에 이른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멍한 머릿속을 씻어내면 시간의 흐름도 어느새 잊는다.

유람선을 타지 않더라도 해금강의 풍광에 어떤 말도 더할 필요가 없어진다.


자연을 닮은, 자연을 품은 꿈동산 '산방산 비원'(둔덕면 산방리)

거제의 초입이라할 수 있는 둔덕에는 산 속에 작은 꿈동산 하나가 숨어있다. 산방산 비원(秘苑)이 바로 그 꿈의 동산. 이름 그대로 소박하고 작은 소망을 품은 듯한 숨은 동산처럼 자리하고 있다.

진달래·벚꽃·산수유·개나리 등 여러 봄꽃들이 이 동산에서 제각각 자태를 뽐내며 변덕스런 날씨탓에 늦춰져버린 봄맞이에 한창이다.

한라산 백록잔디를 옮겨 심어 내딛는 발걸음이 가벼운 오솔길 산책도 즐겁다. 발이 즐겁고 눈이 황홀한, 말 그대로 봄 꽃 축제에 젖어든 나를 만날 수 있다.

산책길 중간 중간에서 만나는 벤치나 정자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까먹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꽃이 주는 즐거움,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가져갔던 빈 도시락에 가득 채워와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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