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순/전 거제시주민생활국장

봄나들이 겸 동서네 가족과 함께 대게의 고장 영덕을 찾았다. 가는 길목에 들른 영일만, 호미곶, 구룡포 곳곳마다 자기고장의 특색을 살리려 혈안이 되어 있었지만 영덕은 더욱 신중하고 자자손손을 위한 지혜로운 대처를 하고 있었다.

대게를 잡는 어부에서부터 판매하는 상인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암컷은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은 물론 '대게보존회'가 인증하는 반지를 집게발에 일일이 끼우는 귀찮고 번거로운 작업을 마다하지 않고 있었다.

이런 품질보증 대게는 사계절 어느 때 먹어도 속살이 꽉차서 그 맛이 일품이란다. 그리고 품질보증 또한 확실하다고 한다.

바다가 한없이 고마운 영덕은 자손만대 잡고 먹고 살아가기 위해 암컷은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는 규칙을 철저히 지켜가고 있었다. 만약 암컷을 잡으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뒤따라 잡아봐야 손해란다.

주민들은 남에게 부끄러워서 암컷은 잡지 않는다고 했다. 오십천 하구에 위치한 영덕군 강구면 강구리는 정말 게판(?)이었다.

조상 대대로 게판이 이어져 오고 있었다. 해마다 굿판을 벌려 용왕제를 올리고 있었다. 매일 잡히는 대게는 전답의 곡식처럼 가꾸는 수고도 없으면서 이곳 주민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동시에 끊임없는 장학금인 셈이다.

우리 거제지역도 자연자원을 보존하고 관리하는데 시민 스스로가 지혜를 모으고 가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거제 산골짜기 마다 춘란이 줄어든다고 한다. 또 금어기 때 그물질을 자제하고 산란기 때는 낚시를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청마 유치환 선생이 대구에서 교편을 잡으며 매일신문에 실었던 수필 내용 중 "일본은 금렵기에 있는 산천어를 낚시하려면 그곳 현청에서 허가장을 받고 수량은 3마리 기한은 2월 중 하루"라는 대목이 있다.

우리는 어떤가? 바다에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가 태평양 어느 지점에 섬을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스스로 지키기를 소홀히 했던 것이 현실이다.

지금 우리 바닷가에는 지천으로 널려있던 뽈지가 사라졌고 파래가 자라나지 않고 있다. 수많은 생태변화에 우리는 좀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위기를 느끼면서도 실천하지 않는다.

진도의 진돗개와 영덕의 박달대게처럼 우리것을 아끼고 가꾸는 일에 더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누구의 몫도 아니고 바로 우리 스스로의 몫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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