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천은 거제 도심의 상징이다.

옛 신현읍민들은 맑고 깊은 수원을 자랑하던 고현천을 즐겨 찾았단다. 목욕시설이 제대로 없던 시절, 고현천은 부끄러운 속살을 드러내며 부녀들이 밤 목욕을 은밀히 즐기는 곳이기도 했다. 여름철 아이들의 수영장소로도 애용됐다.

맑고 적당히 찬 물이 항상 고현천을 흘렀기 때문이었으리라.

옛 것대로 온존한 것이 그리 흔치 않은 요즘이고 따라서 그러려니 넘어가고 받아들이는데 우리는 익숙해져 있다. 개발과 도시화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데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심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고현천의 오염과 부패와 불쾌함, 그리고 이에 대한 행정당국, 시민들의 무감각, 무관심은 분명 문제가 크다.

수원이 모자라 곧잘 바닥을 드러내는 고현천은 메말라 가는 도시민들의 삭막함과 건조한 도시 거제를 그대로 상징할 수 있다. 외부인들에게 비치는 오염된 고현천은 거제 전체의 이미지를 다운 시킬 수 있다. "도심의 하천 하나 제대로 관리 못하는데 무슨 자연환경, 무슨 생태환경, 무슨 관광도시란 말인가? 식으로.

고현천 주변의 악취는 또 어떤가? 도심에 하천으로 인한 악취가 넘쳐서야 어찌 제대로 된 도시행정을 펼친다고 할 수 있는가?

고현천은 오염 방지 차원이 아니라 도심의 소중한 상징 차원으로 살려내야 한다. 현재 썩어들어 가고 있는 고현천의 대대적 정화가 일단은 절실하다. 그리고 오, 폐수 처리를 철저히 해 오염원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돼서는 안된다. 이제 고현천은 도심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공간이 돼야하고 팍팍해진 도시 생활에 지친 심신을 녹이는 문화적, 자연적 정서가 묻어나는 곳이 돼야한다. 거제에 첫발을 디디는  외부인들에게는 거제의 살아 숨쉬는 역동성을 자연스레 전해줄 수 있는 곳이 또한 돼야 한다.

장기적인 고현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수원을 확보하여 항상 물이 일정 수준 이상 흐르도록 하고 주변은 자연 생태적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맑고 깨끗한 물을 항시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여기에 각종 물고기들이 서식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서울 청개천을 보자. 매년 수 백 만 명의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별다른 것이 없다. 물이 항상 흐르게 하고 주변을 걸을 수 있게 했고 또 주변을 생태공간으로 조성했다.

서울 도심 한 가운데서 고여 있고 부패해 가던 하천의 물길을 살린 것 뿐이다. 물길을 살리면서 서울시민들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사람들에 도심 하천의 소중함과 되살려냄의 가치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고현천도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이기에 그만한 잠재적 가치는 있다. 따라서 고현천의 되살려냄은 거제의 지속적 성장을 또한 상징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이에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썩어 악취를 풍기고 흉물스런 바닥을 드러내며 도시민의 정신적 건강, 도시의 희망적 이미지까지 갉아먹고 있는 도심하천 고현천을 그대로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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