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호 본지 칼럼위원

국민소득 향상과 해외여행 자유화로 한국국민이라면 상당수가 중국에 여행을 한 두번쯤 다녀 왔을 것이고 민족의 영산 백두산, 만리장성, 일송정, 해란강, 고구려유적지 그리고 조선족과 조선족마을 등을 접해 보았을 것이다. 필자도 5~6년 전부터 매년 2~3회정도 중국을 여행한다.

필자는 중국 전문가는 아니지만 중국의 조선족과 조선족사회를 접할 때마다 조선족사회가 구심점을 잃고 점점 와해 되어가고 있구나하는 슬픈 생각과 세계 중심국가로 우뚝 선 중국을 보면서 두려움과 희망을 갖기도 한다.

얼마 전 한국의 한 공중파 방송이 한국의 대학생들이 연변의 조선족 대학생들과 함께 백두산에 올라 플랜카드를 흔드는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보는 순간 가슴이 섬듯했다. 한·중 수교 직후의 일이었다면 몰라도 지금이 어느 때인가.

요즘은 여름 방학이면 초등학교 학생도 가는 곳이 백두산이다. 여름 한 철, 중국 연변자치주 수도인 연길에서 백두산 관광객으로 호텔, 여관이 초만원을 이룬다.

나는 백두산 천지에 세 번 올라가 보았다. 복스럽게도 날씨가 화창하여 천지를 두 번 볼 수 있었지만 한번은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잠시 서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비록 중국 땅을 거쳐서 가보는 백두산이지만 갈 때마다 가슴이 이상하게 설레고 찡한 것이 사실이다. 천지의 파란 물을 보고 있으면 형용할 수 없는 격동 같은 것이 솟구친다. 이유는 모르겠다. 아무튼 백두산엔, 우리 민족만이 느끼는 원형질적인 영감 같은 것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혼자 생각해 볼 따름이다.

대체로 한국 관광객들은 연길을 통해서 백두산을 찾는다. 그러나 이러한 코스들도 조금씩 변화가 예상된다, 백두산 관할이 길림성으로 넘어가고, 연길이 아닌 연길보다 가까운 백산이라는 도시에다가 새로이 비행장을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길시는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수도인데 장차 이곳을 거치지 않고 중국 나라 안팎의 손님들이 중국 장백산을 찾게 되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근래에 와서 장백산이 중국 명산의 하나로 특별한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중국 장백산은 한국인의 '민족 감정'을 정화시키는 한국인의 '백두산'에서 중국인이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의 하나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신청했으나 기각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유네스코 신청을 빌미로 백두산 출입구역에 세워진 한국인 소유의 호텔 등의 철거를 명령했고, 일부는 강제로 철거하기까지 했다. 한편으로 중국인 소유의 식당은 더 크게 키워서 성업 중이다.

북한 당국과 중국은 이미 오래 전에 백두산을 반씩 나눠 가지는 것으로 협정을 맺었다. 엄격하게 말하면 반은 중국 '장백산'이고 반은 한국 '백두산'이다.

중국의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장백산을 다녀갔다. 한때 중국의 최고위 지도자였던 등소평, 강택민도 장백산을 다녀갔다고 한다. 그들은 내친 김에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지대인 방천(防川)도 순시한 것으로 되어 있다.

훈춘에서 두만강 물줄기를 따라 하류를 향해 가다보면, 요즘은 잘 보이지 않은데, 한 때 재미있는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커다란 아치형의 현수막엔 일안망삼국(一眼望三國)이란 글자가 선명했다. 한 눈에 세 나라를 본다는 뜻이다.

두만강 하류를 향해서 길을 달리면 왼쪽에 길게 철조망이 보인다. 철조망 넘어가 러시아 땅이다. 오른쪽으론, 두만강이 유유히 흐른다. 강줄기의 한 가운데가 북한과 중국의 국경선이다. 강줄기의 한 가운데가 북한과 중국의 국경선이다. 중국 땅 안에서 러시아와 북한 등 세 나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그만큼 예민한 지역이다.

백두산에 가보면 예전에는 한국인이 많았는데 지금은 중국인이 훨씬 더 많음을 느낀다. 우리의 자랑이자 한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이 하루가 다르게 중국인으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장백산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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