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원 본지칼럼위원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이 좁아지는 것이고 시간이 빨라진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엊그제 2009년을 시작했는데 해가 바뀌었고, 한 해를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난다. 하루는 길 때도 있지 만, 한 해는 왜 이리 빨리 가는지….

예나 이제나 시간이야 똑 같은 양으로 주어졌는데도 나이가 들면  자꾸 시간이 줄어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친구들과 하곤 한다.

또 달라지는 것이 있다. 싸우는 것이 싫어진다는 것이다. 전에는 따지고 묻고 이기려고 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왠만하면 그만 참고 산다는 것이다.

가정내에서도 자식한테 지는 것이야 당연하고 이제는 마누라한테도 슬슬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단다.

남자라는 것이 힘있고 돈 있을 때나 어깨 펴고 큰소리치면서 살고, 늙고 돈 없으면 마누라나 자식눈치보고 산다는 것이 현명한 삶이란다.

그래서 서글퍼진다는 친구의 말에 옆에서 듣던 친구가 ' 야! 그거 서글퍼할 것이 아니라 인생의 경륜에서 나오는 지혜야, 지혜'라고 되받는다.

세상에 나서 사는 일이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내가 아는 거의 모든 사람은 돈과 자식걱정을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이맘 때 쯤 이면 여기저기서 결혼식을 한다고 청첩장을 받게 되고 한 달에 많으면 대 여섯 군 데 찾아가다보면 한 달 생활비를 걱정할 수 밖에 없다.

2월이면 아이들 등록금에 원룸임대보증금이나, 하숙비를 내야하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해마다 인상되는 각종 세금에 짜증을 낸다.

그러니 자연히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부부나 부자간에도 시비가 벌어진다.

화나 갈아 앉히려고 TV를 켜도 갈등의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충청도의 세종시에 행정부가 옮겨가야 한다는 의견과 말아야 한다는 주장과 4대강 개발을 두고도 시시비비로 날마다 시끄럽다.

그러다 문득 '세상은 갈등으로 가득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대부분의 갈등은 선택을 요구한다. 무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예컨대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을 시킬 것 인지 짬봉을 시킬 것 인지에 대해서도 갈등한다. 그리고 자장면을 시켰을 경우와 짬뽕을 시켰을 경우는 확실히 나오는 음식도 맛도 다르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갈등을 겪는 단계이다.

그러나 무엇을 선택했던 최종단계는 위를 채우는 것이다. 일단 먹고 나서 포만감이 들면 선택할 당시의 갈등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너무 특이한 선택을 해서 되 물리고 싶은 경우를 빼면 말이다.)

국가정책의 결정도 국민을 잘 살게 하자는 것이고, 기업의 사업결정도 사업 잘해서 이익 많이 내자는 것이다.

한 가정도 갈등의 근본목적은 좀 더 윤택한 생활을 통해 행복해지자는데 있다고 본다. 사람  있는 곳에 갈등 있다는 말처럼 갈등 없는 세상이 없다면 갈등의 근본목적을 잊지 않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좀 더 여유로워질 수 있다.

국가나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나 가정의 번영이나 사업의 성공 등 모든 방면에서의 근본 목적을 명확히 하면 지엽적인 문제에 얽매여, 소모적인 다툼을 하는 것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해결 되지 않는다면 양보해야 한다.

양보했다고 해서 세상이 깨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남편이 아내에게 혹은 그 반대의 경우라도 양보는 평화를 가져온다.

여당이 야당에게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라도, 사업가가 근로자에게 혹은 그 반대의 경우라도 우리는 이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잘 살기위해 존재한다는 근본목적을 잊지 말고 양보만이 평화와 번영을 보장한다는 믿음을 좀 더 절실히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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