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초하루는 설이다. 설은 한자어로 신일(愼日)이다. 신(愼)은 ‘삼가하다’는 뜻으로 설이 되면 몸과 마음을 근신하고 가다듬어 새해를 맞으라는 뜻이 담겨 있다. 따라서 정월에는 금기(禁忌)도 많다. 이는 액을 막고 복을 부른다는 제액초복(除厄超福)으로 탈 없이 살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이다.

삼패일(三敗日)이라 해서 음력 초닷새, 열나흘, 스무나흘은 액이 있는 날이라 외출을 삼가고 매사 조심해야 한다. 초이레는 인일(人日)로 바깥출입은 물론 남의 집에 가서 자서도 안된다. 부득이 손님이 와서 잘 수밖에 없다면 주인과 손님이 머리를 반대로 해서 거꾸로 자야만 액을 면할 수 있다.

1년 동안 빗질하면서 빠진 머리카락을 모아 두었다가 섣달그믐이나 정월 초하룻날 태워 없앤다. 머리카락은 인간의 육신을 대신하는 대체물로 한 해 동안 닥칠 불행이나 병마를 미리 소멸시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설날이 12간지(干支) 중 털이 있는 동물날(有毛日)과 털이 없는 동물날(無毛日)인가에 따라 한 해 농사를 점쳤는데 올 설은 을미(乙未)로 양(羊)이기 때문에 풍년을 예상할 수 있다.

첫 쥐날(上子日)은 쥐의 번식을 막기 위해 콩을 볶으면서 ‘쥐 주둥이 지진다’는 주문을 외고 만사를 제쳐 놓고 놀았다. 첫 소날(上丑日)은 소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고, 첫 호랑이날(上寅日)은 부녀자의 외출이 금지되고, 첫 토끼날(上卯日)은 아내가 남편에게 옷을 만들어 주면 명(命)이 길어진다고 해서 실을 ‘명실(命絲)’또는 토끼날이라 ‘토실(?絲)’이라고 했다.

첫 닭날(上酉日)에는 부녀자의 바느질이 금지되고, 제주도 풍습에는 이날 사람이 모이면 싸움이 난다고 해서 일체 모임을 갖지 않으며, 첫 용날(上辰日)에 용이 우물에 알을 낳는다고 해서 아낙이 새벽 일찍 우물에 가서 물을 긷는데 이는 용알(龍卵)을 건지기 위함이다.

이러한 풍습들은 거의 사라졌지만 정월은 의미로운 달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san10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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