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진농악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안타까운 현실을 우리는 접하고 있다.
시 문화행정이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칠진농악은 임진왜란과 함께 태동했다. 임진왜란 당시 거제 7진을 돌며 군사들의 사기를 돋우고 애환으로 시름하던 민초들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그 힘으로 국란을 이기고 옥포대첩이 나오고 이순신 장군의 승전이 시작됐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거제 칠진농악이다.

그로부터 450여년이 흘렀다. 

문화란 간혹 상상치 못할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게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교훈이다. 또한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계승 발전시켜 선조들의 삶의 방식과 정신이 면면히 이어지게 하는게 후손들의 역할이라 또한 배웠다. 거제 칠진농악도 분명 예외는 아니리라.

이같은 역사성과 전통성을 가진 거제 특유의 문화가 그 맥이 끊어질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소식은 문화 관련 전문성이 없는 필자에게도 ‘이건 아닌데’라는 큰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거의 본능적 반응이다.

더욱이 행정의 관심과 지원 부족도 큰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화가 치밀고 있다.

문화의 보존 계승이 그들에게만 지워지는 짐이어야 하는가?

통영시의 경우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각종 문화자산은 철저히 관광상품화 하고 있다. 그들의 보존, 계승, 발전 방식인것이다.

‘문화도시 통영’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통영은 현재 거제시보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 또한 문화의 힘이다.

거제에 문화가 있는가? 칠진농악 사례를 보면서 필자는 단언한다.  ‘거제에는 문화가 없다’고.

옥포대첩이 따로 외로이 논다. 함께 태동한 450여년의 자랑스런 거제 토속문화 칠진농악은  그 존재조차 잊혀져 가고 있다. 문화예술회관이 또한 따로 놀고 있다.

무엇을 일컬어 거제의 문화라 말하겠는가?

1975년 당시 거제군은 칠진농악을 주요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그러나 지정만 했지 이에대한 역사적, 문화적 조명과 현대적 재연 및 계승, 발전에 무관심했다. 그리고 35년이 흘렀다. 주요 무형문화재 지정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게 거제시 문화행정의 실상이다.

시는 각종 문화적 여건 조성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 향유 욕구에 적극 부응해야할 책임이 있다. 그래서 문화 관련 ‘과’를 두고 있는 것이다.

‘거제에 문화가 없음’은 칠진농악 사례 하나 뿐 아니다. 2010년 거제시의 문화관련 예산을 보면 거제시 문화 수준이 극명히 드러난다. 시 전체예산 4,253억원의 약 0.8%인 35억원이 문화관련 예산이다. 이중 15억원은 문화예술회관 관련 예산으로 뚝 떨어져 나간다. 각종 시설 유지 관리비로 6억 정도가 나간다. 나머지는 행사보조비 단체운영지원비 등이다.

문화가 있을 수 없는 예산 구조인셈이다.

인근 통영시는 191억이 한해 문화관련 예산으로 지출된다. 문화예술회관 비용은 별도고 시설 유지, 관리비용도 별도다.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정신이 비어가고 전통이 사라져 가는 거제시가 돼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1,000만 관광거제로의 도약을 위해서도 거제 특유의 문화자산의 계승, 발전은 절실하다. 거가대교 개통이 자연스레 가져다 줄까. 글쎄.

먹고 사는게 중요한데 웬 문화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화는 정신이다. 풍요로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이 정도 수준이면 문화관련 ‘과’나 계를 둘 필요가 없다. 유지, 보수 관리는 시설관리공단으로 업무를 넘기고 단체지원 행사 보조는 총무과로 넘기면 된다. 문화체육과에서 하는 일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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