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배 칼럼위원

한국이 선진국 원조공여국(援助供與國)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개발원조위원회(DAC-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의 정식 회원국이 됐다.

지난 2009년 11월25일 파리 OECD 본부에서 특별회의를 열고 한국의 DAC 가입이 의결됐다고 한다. DAC 회원국이란 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내 30개국 중에서도 대외 원조액이 많은 미국, 일본, 유럽 각국 등 23개국(EU 포함)만 가입한 ‘알짜배기’ 선진국 모임이라고 하니 더욱 감개가 무량하다.

우리의 DAC 가입은 국제사회의 원조 역사상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줄곧 원조대상국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1995년 세계은행의 원조대상국 명단에서 졸업했고, 그 이후 14년만에 원조를 주는 그룹에 가입하게 됐다.

1950년 6·25전쟁 직후 절대빈국의 상태에서 국제원조로 연명하던 우리가 실질적으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발돋움 한 것은 유일한 사례라고 한다.

에르하르트 도이처 DAC 의장이 “국제사회의 원조를 밑거름으로 경제 기적을 이뤄낸 한국의 DAC 가입은 모범적 성공스토리로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치하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지난날의 사정을 되돌아보면 정말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심정이다. 지금 70세 이상의 분들이라면 모두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듯이 단순히 6·25전쟁만 겪은 것이 아니지 않은가.

30년대에는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우리의 재산을 온갖 방법으로 수탈  당하다가, 세계 제2차 대전이 발발한 이후에는 식량은 물론 놋그릇도 전쟁을 위한 대포를 만든다고 모두 빼앗아갔으며, 각종 전투장비용 기름 즉 송탄유(松炭油)를 만든다고 우리의 온 산들을 벌거벗겨 놓았으며 급기야는 젊은이들조차 징병(徵兵)이다, 징용(徵用)이다하여 모든 젊은 남자들을 그들의 전쟁에 강제 동원하여 희생시켰으며, 젊은 여자들조차 정신대(挺身隊)라 하여 그들 군인의 위안부로 징발해 갔고 그것도 모자라 우리의 성도 이름도, 그리고 말까지 빼앗겼던 비참한 나라가 아니었던가. 

해방 이후에는 조국을 찾았다고 하나 배고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6·25전쟁으로 나라는 온통 초토화 되어 깡통원조, 밀가루원조에 의지하여 연명해 온 것이 지금도 우리들 뇌리에는 생생히 남아 있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이웃나라를 도와주는 정식 회원국이 되어 이웃나라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는 나라가 되었다. 어찌 DAC 회원국이 된 것뿐이겠는가.

우리는 잿더미 속에서 경제개발과 민주 발전을 함께 이룩한 세계 유일한 국가가 되어 경제 10위권의 나라가 되었으며, 최근에는 미국 뉴욕발(發) 경제위기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벗어난 나라가 되었으며,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의 원전(原電) 기술 수출에서도 원자력 기술 강대국들인 미국 일본 프랑스를 제치고 수주(受注) 계약을 따낸 쾌거를 이루고 있으니 꿈만 같은 일이다. 정치판이 엉망이고 노동 현장이 아수라장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남을 돕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주고도 좋은 사람이 있고, 얻어먹고도 미운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기왕의 원조를 주는 나라들은, 물론 그들의 나라를 발전시키느라 나름대로의 피땀 어린 노력들을 했겠지만 대개의 나라들이 제국주의로 남을 수탈하여 부국(富國)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하여 속죄의 뜻에서 가난한 나라를 돕는 것처럼 보이는 일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남의 나라를 침략해본 일도 없고 남의 것을 수탈하여 오늘의 경제 수준에 이르게 된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우리 스스로 각고(刻苦)의 노력으로 발전하여 이제 이웃나라를 돕는 지위에까지 오게 됐다.

그러므로 원조를 받는 입장에 있는 나라들로서는 우리의 순수성을 실감할 것이고, 또 실감시키는 방향으로 원조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의 원조 자세는 원조를 받는 나라를 ‘배려하는 원조’, 그리하여 진정으로 ‘고맙다고 여기는 원조’로써 서로 간에 참다운 우호관계가 증진되는 원조가 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민주화와 경제발전’이라는 선진국으로 가는 하드웨어(Hardware)가 구축되었다면 이제 ‘국격(國格) 높은 원조’로써 알찬 선진국으로 가는 소프트웨어(Software)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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