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겨울날씨가 오히려 반가운 요즘이다. 전반적 기온 상승으로 계절구분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데 대한 안타까움이리라.

또한 추운 겨울속에서도 희망과 열정으로 스스로 온기를 만들며 추위를 이겨내 온 나름의 추억때문이기도 하리라. 그러나 이같은 겨울 감상이 낭만적 사치로 비췰까봐 조심스러워진다.

5년이라는 긴 고통의 시간은 그 어느 추운 겨울보다 더 춥고 힘들었을 것이다. 또 어김없이 찾아 온 겨울 추위 한 가운데 서 있지만 고통의 끝은 보이지 않으니 더욱 추운 겨울이 되지않겠는가?

삼성 12차 주택조합이 현재 처해 있는 추운 겨울보다 더 고통스런 상황이다. 오죽 했으면 “도와주시면 평생을 거제시민으로 자랑스럽게 감사하며 살겠습니다”고 절절한 고백을 토했을까?

5년전으로 거슬러 가보자

2005년 2월 삼성조선에 근무하고 있던 300여 젊은 무주택자들이 조합을 결성,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웠다. 조합비로 5,000만원을 냈고 조합원 300명이 연대보증으로 370억원을 대출했다.

그러나 도시계획상 아파트를 짓기가 어려운 지역이고 따라서 내 집 마련이 불안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와중에 일을 처음 시작한 조합장이 형사 처벌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참여 예정이었던 시공사도 부도를 맞는 등 이들을 둘러싸고 악재가 겹겹이 들이닥쳤다. 조합원들의 금융 부담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매월 이자 발생액만 3억원이 넘는다.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면 300명 조합원들은 1 인당 1억2천만원이라는 ‘피같은 돈’을 물어내야 한다. 투자금 5,000만원을 합하면 2억에 가까운 돈이다. 300명 조합원 아니 거제시민인 이들이 5년 동안 겪고 있는 고통이다.

2009년 6월 조합은 다시 사업 인허가를 추진했다. 조합은 자신들의 잘못과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죄송해 하는 마음도 크다. 그래서 시가 예산이 없어 시행치 못하고 있는 도시계획도로 개설비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까지 했다.

이렇게 되면 조합원들은 아파트가 지어져도 평 당 730만원 정도에 분양받는 셈이 된다. 거제 아파트 분양가 최고액이다. “가족을,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란다.

그러나 아직도 사업이 불투명하다. 5년의 고통이 추운 겨울의 길목에서 더욱 배가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시의 고충이 없는 바도 아닐 것이다. ‘저질러 놓고 해결하라’는 식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의서’ 파문은 이같은 시의 고충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시민들의 고통에 대해 '좌고우면'하고 회피하려 하는 것도 취할 바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눈물’이라는게 있다. 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300명 거제시민들의 ‘피 눈물’을 우리는 충분히 보고 있다.

시의 전향적 자세가 중요하다. 이들의 고통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차원의 도시계획을 전향적이고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 이익을 보장해 주라는게 아니다. 눈물을 닦아주는 행정을 하라는 것이다. 이쯤이면 거제시민들 중 누가 ‘특혜 운운’의 돌을 던지겠는가?

잘잘못을 가리고 따지고 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어떻게 매듭을 짓느냐의 문제다. 애매하게 흐리며 시간을 보낼 일도 아니다.

9명에게 떡을 주는 행정도 중요하겠지만 1명의 눈물을 아파하고 닦아주려는 행정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는 깊이 고려해 주었으면 한다.

9명이 그 1명을 비난하겠는가? 눈물 닦아주는 그 손을 자르라고 아우성 치겠는가? 300명 조합원 아니 우리 거제 시민인 이들에게 봄이 빨리 찾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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