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신입사원들, 지리산 정상에서 받은 ‘특별한 편지’

“신입사원 환영식 때 당당한 체격, 패기 있는 모습의 널 보며 기분 좋아 술도 많이 마셨는데,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네. 이제는 제법 혼자서도 작업을 할 수 있는 정도까지 성장한 모습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높아진 푸르른 가을 하늘 아래 3시간 반 동안 동료들과 함께 오른 지리산 정상 천왕봉에서 대우조선해양 김유철(28)씨가 직장 상사로부터 ‘특별한 편지’를 받았다.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 관계이지만 편지에 씌어진 내용을 보면 아들에게 쓴 것처럼 애정이 묻어난다.

이날 지리산 정상에 올라 상사로부터 편지를 받은 사람은 김유철씨를 포함해 총 55명. 편지에는 선배들이 2년간 후배들을 지켜보며 가졌던 고마운 마음, 대견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정상에 올라 만끽한 가을바람의 시원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잔잔한 감동이 전해온다.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편지를 보내준 분에게 감사 문자를 보내는 직원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는 2년차 생산직 신입사원들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애사심을 키우고 가족 같은 일터를 조성하고자 생산직 신입사원 526명을 대상으로 2박3일 합숙 교육과정을 지난 9월부터 시작했다. 직장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직접 작성한 편지 전달식은 신입사원 교육과정의 하나로 교육 이튿날 지리산 정상 등반 후 진행됐다.

400여명의 반장들이 손수 후배사원들에게 평소에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편지에 담아 멀고 험한 길을 갓 시작한 후배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인생 선배로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상명하달식 문화가 강한 회사와 달리 가족적인 분위기와 수평적 기업문화로 유명하다.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가 아닌 수평적이고 가족적인 조직문화가 형성돼있어 대우조선해양 내에서는 특정한 직책을 부르기보다 ‘선배‘나 '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조직이 많아 타사 직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회사는 우수인재들을 선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업에 배치된 후 조직적응 및 애로사항 등을 파악해 직원들의 회사적응을 돕고자 입사 2년차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5년째 시행해 왔다.

이번 교육으로 총 526명의 직원들이 선배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평소에 쌓였던 오해를 해소했다. 한편 이들은 2년 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처음 참가한 신입사원 교육에서 직장 선배 및 상사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달했었다. 이번 교육과정에서 받은 편지는 2년 후 선배가 주는 답장인 셈이다.

총 10차수로 진행된 생산직 신입사원 교육과정은 선배들의 편지전달식 뿐 아니라 심신을 수련하고 집중력 향상을 도모하고자 한 택견 등 무예수련수업이 포함돼 직원들의 자아성찰을 통한 정신건강 증진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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